[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매년 반복돼왔던 ‘떼주총 현상’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요일인 오는 3월 18일에는 상장사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하면서 ‘슈퍼 주총데이’가 될 전망이다.
2000개에 가까운 상장사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일에 주총을 몰아 개최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가능성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상장사 절반이 ‘3월 18일’ =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에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115개 회사 가운데 절반 가까운 45개사가 오는 3월 18일에 주총을 열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에 주총을 열겠다는 기업은 23개사였고, 25일에도 25개 회사가 주총 일정 신고를 마쳤다.
그룹 계열사마다 주총 일정도 다른데, 11일에는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할 계획이다.
18일에는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들과 LG생활건강 등 LG그룹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실시한다.
주총 일정에 대한 신고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대로라면 3월 18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들은 전체의 절반 가량 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년 반복돼왔던 현상이다. 올해도 3월 3째주 금요일에 상장사 절대 다수가 주총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장사 절대다수가 동시간대에 주총을 개최하면서 개인 등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데 있다.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가 흔치 않은데 이마저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각대에 주총 행사가 몰리면서 주총 참가 가능성이 사실상 원천 차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나마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높인 전자투표제 도입도 올해는 열기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4년 말 섀도우보팅제 폐지 유예를 적용받기 위해 지난해 이맘때 쯤엔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계약이 활발히 체결됐었지만, 대기업들의 냉담함이 1년새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섀도우보팅제를 적용받지 않더라도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대규모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에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투표 도입은 의무가 아니다. 대기업들은 전자투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다른 상장사들의 전자투표 사용도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주 경영참가 ‘요원’= 주주들의 경영 참가 가능성도 낮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한 기관투자자(자산운용사·보험사 등) 들은 경영진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행사 비율은 39.8%로 크게 높았다. 경영진 제안에는 찬성거수기였던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선 10건 중 4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행사한 것이다.
최근 4~5년 사이 꾸준히 논의돼왔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 회사의 주권을 가진 주체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토록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은 2010년에, 일본은 2014년에 도입됐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해둔 상태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기관투자자 다수가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 등 힘의 논리까지 작용하면서, 올해 안에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충실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명시했지만 이후 의결권 행사는 여전히 형식적이다”며 “주주활동을 강조하는 국제 책임투자원칙(PRI)또는 각국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해 세부원칙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