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국회선진화법’이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비박과 친박이 갈라지고, 여야가 대립하고, 법안의 물길은 막히고, 청와대와 국회의장이 맞섰다. 마지막 숟가락은 국민의당(가칭)이 올렸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4ㆍ13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여권 내 계파간 갈등과 국회 내 여야 및 국회의장의 대립, 향후 정치지형 개편을 둘러싼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국회선진화법’ 책임론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이 나와 비박(非박근혜계)과 친박(親박근혜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엔 안철수 의원이 한 마디를 보탰다.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 의원은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에 국민의당이 (원내에) 들어가 다당제가 되면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잘못 만든 국회선진화법은 망국법이어서 무력화해야 한다”며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선이 180석이다. 이 뜻에 동조하는 야당 후보를 포함해 180석을 반드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한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에 동 조하는 야당”이 바로 국민의당이라고 안 의원이 화답한 셈이다. 안 의원으로선 새누리당이 줄곧 얘기하는 ‘180석’의 지분을 국민의당과 나눠 갖자는 얘기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절묘한 공명을 일으켰지만, 여당 내에선 갈등의 불씨다.
김 대표는 18대 국회 선진화법 통과 당시에 대해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26일 말했다.
김 대표가 지칭한 ‘권력자’는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국회선진화법 통과를 주도했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청와대는 27일 이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했고, 이튿날인 28일에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와 비박ㆍ친박 모두 말을 아끼며 ‘확전’은 자제하고 있지만, 관계는 악화일로다.
이런 가운데, 국회선진화법을 이유로 여당과 청와대의 쟁정법안 직권상정 압박을 거부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28일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요건을 현행 재적의원 60%에서 과반수로 완화한 법안이다. 직권상정 요건 완화까지 포함했던 여당의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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