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날도 춥지만 마음도 추워요.”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조재현의 얼굴엔 서늘함이 있었다. 28일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 개봉을 앞둔 주연 배우답지 않은 서늘함이었다.
그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도 “독립영화 개봉이 설레는 시간만은 아니다.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조재현은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영화시장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상업영화마저도 둘로 나뉘고 있어요. 모든 게 1000만 관객을 향해 쫓아가게 되고 300~400만(관객)이 들 것 같은 영화도 100~200만을 못 채우고 끝나버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죠.”
그가 말한 ‘작은 영화’ 자체는 문제가 없을까? 조재현은 “작은 영화가 대중적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개개인들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열리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다. ‘대중성이 없으니 관객들과 못 만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조재현은 이어 열악한 독립영화 제작 현장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영화에 창의성과 다양성을 공급하던 젖줄이 끊길까 하는 우려다. “점점 추세가 작은 영화를 하나 빨리 만들고 나서 인정을 받고 상업영화로 가길 바라요. 왜냐? 너무 치가 떨리거든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도 촬영하는 것도 개봉하는 것도….”
그는 “독립영화는 자유로운 소재를 갖고 흥행과 관계 없이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면서 “이런 독립영화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상업영화에 자극을 주기도 했는데 이젠 그마저 고갈된 게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영화산업의 튼튼한 뿌리와 줄기를 만드는 게 다양한 작은 영화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영화는 작은 영화가 생존할 수 있는 토양은 죽어가는데 천만 관객이라는 과실만 바라는 형국.
그는 한국 영화시장 구조를 몸통은 가늘고 머리만 큰 ‘콩나물’에 비유했다. “상업영화도 빈부격차가 커졌어요. 되는 영화만 되는 구조죠. 하물며 작은 영화들은 더더욱 관객들과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죠.”
또 1000만 관객 영화를 노리기 위해 특정 감독ㆍ배우ㆍ스태프를 써야 한다는 식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됐다고 그는 비판했다. “물론 리그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기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식으로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이 존경스럽단 이야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 ‘파리의 한국남자’가 전수일 감독의 열번째 작품이란 사실을 두고 “(전 감독이) 남보다 빚이 10배는 많다고 보면 된다“며 조재현은 농담도 던졌다. 녹록지 않은 제작여건을 그는 유머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파리의 한국남자’에서는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실종된 아내를 찾아 뒷골목을 헤매는 ‘상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울러 ‘나홀로 휴가’라는 영화를 연출하며 감독으로서도 존재감을 알린 그다.
“자유로운 선택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늙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로 표현해야만 될 것 같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조재현은 연출 데뷔 전 김기덕 감독을 만났다며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설명해줬을 때 김 감독이 굉장히 혹평을 했다”면서 “매몰 찬 스승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또 “결국 나중에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김기덕 감독의 말이 맞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늙으면 행동하지 못할 텐데 ‘결과가 나쁘면 어때? 실패하면 어때?’ 그런 마음으로 연출을 했다”면서도 “두번째는 조심스러워졌다. 어떤 장르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