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슬기 기자]“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2015년 9월 30일)”, “국회선진화법은 당내 많은 의원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의원들도 모두 찬성으로 돌아섰다(2016년 1월 26일)”.
정확히 120일 만이다.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또다시 충돌했다. 차기 대권주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입이 다시 청와대를 향했다. 총선 이후는 곧이어 대선 모드다. 120일의 침묵을 깬 현 시점에서의 충돌은 더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9월 30일. 국민공천제를 둘러싸고 김 대표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청와대가 5가지 항목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반대한 직후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한 직격탄이다. 다음날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도 불참하고 공식일정도 모두 취소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그 뒤로 김 대표는 청와대를 향해 말을 아꼈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개혁법 분리 처리 방침이 김 대표엔 사전 통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하고 싶은 얘기는 청와대에 통로를 통해 다 하고 있다”고 비켜갔다. “쓴소리는 꼭 공개적으로 해야 하느냐”고도 반문했다.
김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충돌은 그전에도 반복돼 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현재권력’에 고개를 숙이고 한발 물러선 김 대표다. 지난 2014년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발언’을 꺼냈다가 박 대통령의 반발에 그 다음날 바로 사과했다. 지난해 국회법 파동에선 당청 갈등의 중심에 섰지만, ‘유승민 원내대표 교체’를 수용하면서 물러섰다. 그 뒤로도 최근까지 김 대표는 현재권력과의 충돌마다 저자세를 취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김 대표는 다시 청와대를 향해 침묵을 깼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은 우리 당내 많은 의원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의원들도 모두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잘못을 끝내려고 온갖 수모를 견디며 100% 상향식 공천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표현한 ‘권력자’는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을 뜻한다. 박 대통령을 ‘권력자’라 표현한 것부터 간단치 않다. 그러면서도 상향식 공천에 재차 의미를 부여했다. 여러 수가 담긴 발언이다.
시점도 묘하다. 김 대표의 최대 목표는 상향식 공천이다. 김 대표의 의지대로 상향식 공천은 큰 맥락에서 사실상 자리매김했다. 4월 총선이 끝나면 곧이어 7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상향식 공천이란 최우선 과제를 관철시켰고, 이젠 총선 이후 당권까지 감안해야 할 시기다. 앞서 충돌한 시기와 달리 김 대표 입장에선 승부수를 걸 만한 시점이다.
발언 직후 쏟아진 친박계의 거센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다. 정작 당사자인 현재권력, 그리고 미래권력 모두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김 대표의 발언과 관련,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했고, 김 대표도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이라고 입을 다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