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박훈정 감독의 영화 ‘대호’와 김준기 감독의 시나리오 ‘마지막 왕’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이 발견된다.
일단 두 작품 모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캐릭터 뿐 아니라 줄거리와 주제의식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같은 유사점을 바탕으로 ‘대호’가 ‘마지막 왕’의 시나리오에 의거해 만들어졌다는 의거관계를 밝히는 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호’와 ‘마지막 왕’의 실질적 유사점=시나리오 ‘마지막 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포수 박영일은 백두산 호랑이인 ‘산군’(백호의 아비)의 아내를 사냥했으나, 산군에게 처자식을 잃고 만다. 박영일은 산군에게 복수하기 위해 산군의 새끼(백호)로 산군을 유인하지만 산군은 새끼 백호를 구하고 죽음을 맞는다. 박영일은 이를 계기로 백두산을 떠났다가 새끼 호랑이가 ‘시로오니’라는 이름으로 일제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백두산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박영일은 마지막 순간 백호를 향한 총구를 거두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대호’와 ‘마지막 왕’은 ‘산군’이라고 불린 호랑이가 사냥 대상이 되고 주인공 포수와 운명처럼 조우하며 서로 교감하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또 과거 포수와 새끼 호랑이가 가족의 죽음에 서로 관여하며 운명적으로 엮이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실제 ‘대호’의 포수 천만덕은 새끼가 둘 있는 암범을 사냥했으나 새끼 호랑이(대호)를 살려주고 결국 ‘대호’ 탓에 처와 아들을 잃고 만다.
두 작품 모두 해수구제책(해로운 동물을 제거)이 시행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호랑이 사냥에 혈안이 된 일본인과 일본인의 후원을 받은 포수가 등장하는 점 역시 흡사하다.
주제의식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된다. “산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준다네. 모자라지 않게 주지만 사람들은 넘치게 받으려고 과욕을 부리지. 그러면 언제나 탈이 생겨.” ‘마지막 왕’의 심 영감의 이 대사는 “잡을 것만 잡는 것이 산에 대한 예의다. 뭐든지 쓸데 없는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는 ‘대호’의 천막덕의 대사와도 오버랩된다.
▶‘대호’와 ‘마지막 왕’의 의거관계 인정될까=표절 여부를 가리는 주요 쟁점은 두 작품이 나온 시기와 시나리오의 공개 여부, 그리고 의거관계의 입증이다.
김 감독의 ‘마지막 왕’은 지난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박훈정 감독은 ‘대호’의 메이킹북 등에서 지난 2009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마지막 왕’의 시나리오 완성 시기는 분명 ‘대호’ 보다 앞선 시점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작품의 의거관계를 밝히는 데 작품의 공개 여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마지막 왕’은 비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진 않았지만 시나리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돼 있었고 접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두 작품이 현저하게 유사한 경우에는 접근성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의거성을 추인할 수 있다”면서 “작품에 접근할 기회가 열려있고 두 작품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면 표절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와 음악 분야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은 표절로 보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대사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플롯, 사건의 전개과정, 작품의 전체 분위기, 전개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kihun@heraldcorp.com
김준기 감독 측이 주장하는 ‘대호’와 ‘마지막 왕’의 캐릭터 유사성
▷‘산군’이라 불리는 호랑이
▷호랑이가 새끼일 때부터 인연을 맺으며 운명적으로 연결된 주인공 포수. 둘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
▷일본인의 자본을 받아 산군 사냥에 열을 올리지만 실패하는 또다른 포수, 포수를 압박하는 일본인
▷주인공 포수를 다시 산군과 조우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한약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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