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지난 해 5~6월 그리스 재정위기가 한참 관심을 모을 때다. 하지만 당시 실제 속이 곪아가고 있던 곳은 중국이었다. 7월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그리스는 잊혀졌다.

지난해 11월까지 세계의 이목은 미국에 쏠렸다.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막상 금리를 올리고 난 후에는 시선이 다시 중국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중국이 경제부문 최대 이슈다. 단순히 증시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의 문제라는 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과연 중국만 문제일까?

지난 글에서 위안화 약세가 엔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일본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지난 12월 이후 이달 19일까지 일본 니케이 지수는 15%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12.7% 하락한 중국상해종합지수보다 낙폭이 더 크다. 중국 증시는 정부가 강력히 통제해 낙폭을 줄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선진증시인 일본에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아찔한 기울기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위안화 약세가 엔화 수요를 높여 엔화 강세를 유발하면, 일본 정부의 통화팽창적 경기부양 효과를 반감시키고, 일본 수출기업들의 해외시장 가격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바탕이다.

그런데 일본 니케이 만큼이나 심각한 선진증시가 또 있다. 미국 나스닥이다. 지나 해 12월 이후 나스닥지수는 12.3% 떨어졌다. 중국과 맞먹는 수준이다. 나스닥이 미국을 대표하는 시장이지만 코스닥 같은 곳이니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나스닥은 이제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과 제조업 중심이던 미국 경제의 축이 기술(IT)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에 포함된 종목은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은 미국 증시에서 초대형 시총 기업들이다. 세계 최대 시장이 두 달도 안돼 12% 넘게 하락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증시의 반등이 본격화된 것이 2009년 3월부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상승폭을 보면 나스닥이 224.93%로 니케이(121.02%), 상하이(44.41%)를 압도한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나 중국의 경기부양책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자산시장, 특히 증시를 자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실리콘밸리 버블’이다.

싼 이자에 IT와 기술주로 몰렸던 돈들이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은행으로 다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커져서다. 경기가 좋아서 이들 기술주들의 실적이 좋다면 굳이 투자회수가 일어날 리 없지만, 경기는 썩 좋지 않은 데 자금조달 비용만 높아지다 보니 이탈이 커진 모습이다.

먼저 약 값이 너무 비싸다는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말에 바이오주가 ‘와르르’했다. 여기에 중국경제의 부진도 한몫 거들었다. 애플은 최근 중국에서 아이폰을 많이 팔았는데,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포화되면서 성장이 주춤해지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한 마디로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온 몸이 아픈’ 상황이다. 그래도 기축통화인 달러가 좀 나아보이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이 편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뭘 살까, 어떻게 돈 벌까 보다는 뭘 팔까, 어떻게 손실을 피할 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나아 보인다.

코스피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저점이 1800이다. 호재가 없으면 아래로 더 떨어질 여지는 남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과연 그 때보다 나은 지, 더 어려운 지도 판단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