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홍콩증시(항상중국기업지수, HSCEI) 폭락으로 이를 기초로 만들어진 주가연계증권(ELS)이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 고객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ELS투자자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인 가운데 이들이 투자한 ELS상품 90%가 원금손실형이라는 점에서 ’제 2의 동양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화통 불난 은행 PB센터=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중국 H지수가 지난해 5월(1만 5000선)대비 반토막 수준인 7000대로 폭락하면서 은행 PB센터엔 중도해지 등을 묻는 투자자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은행권에서는 ELS를 직접 팔 수 없어 ELS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ELS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66조9923억원으로, 이중 은행권 판매잔액은 2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늘 하루에만 10통 넘게 전화를 받았다”면서 “목이 쉴 정도다. ELS자체가 공포가 돼 버렸다”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문답식 고객응대 가이드라인을 전 PB센터에 배포하고 고객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한 고객들에게 먼저 전화해 시나리오별로 경우의 수를 선제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중도해지 수수료 등을 묻는 고객 전화가 잇따르긴 마찬가지다. 한국씨티은행은 H지수의 폭락 이유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 증시불안이 계속되면서 H지수를 기초한 ELS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춘 바 있다.

이번에 원금손실위험구간에 접어든 투자자들은 주로 투자한지 6개월~1년사이의 투자자들이다. 이들의 원금 손실 조건 평균(가입 시점 지수의 50~60%선)은 H지수 6000~8000대에 몰려있다. 만기가 3년이지만 투자기간이 2년에서 2년 6개월 가량 된 고객은 극소수라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과거 ELS실적이 좋아 이미 조기상환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기다려라”=전문가들은 일단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게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ELS는 구조형 상품이라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투자된 ELS에서 나오는 방법은 중도해지 방법밖에 없는데 이렇게 될 경우 원금손실률 40%에 투자원금의 3~7%에 이르는 비싼 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

심혜진 하나은행 법조탕 골드클럽 팀장은 “주가를 예측 하긴 어렵지만 그 동안의 동태를 보면 한번 급락한 이후에는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만기기간이 많이 남았고 조기상환비중이 낮아진 만큼 기다려보는 걸 추천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강남스타 PB센터 PB는 “최근 중국과 홍콩 증시 급락은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환율전쟁적인 성격이 짙다”면서 “현재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만큼 기다리는 게 낫다. 조기상환 조건 이상만 되면 원금은 물론 약정이자까지 다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세영 한국씨티은행 WM클러스터장 역시 “자산 대부분을 ELS에 투자한 고객의 경우 지금이라도 중도해지 해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라고 하지만 일정 부분만 투자한 경우라면 좀 더 기다려볼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 대다수가 고령층에 원금손실형이 90%=ELS투자자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령층이 퇴직금 등을 ELS에 투자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투자한 ELS 상품의 90%가 원금손실형이다. 이로 인해 이들이 실제 손실을 입게 될 경우 노후생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 2의 동양증권 사태가 언급되는 이유다. 당시 투자자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상대적으로 투자자금이 많다는 점도 우려점이다. 고령층 고객은 상대적으로 증권사보다 은행에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개인에게 발행된 ELS 등 파생결합증권 32조879억원 중 약 30%인 9조5053억원이 60대 이상 고령자에게 판매됐다.

최근 몇 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ELS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보수적인 고령층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체 ELS 투자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2012년 19%(4만6364명)에서 2014년 23%(6만2678명)으로 높아졌다. 60대 이상의 투자금액 비중도 2012년 27%에서 2014년 31%로 증가했다.

문제는 대다수 고령층 투자자들이 원금손실형 ELS상품에 가입돼있다는 점이다. 이번 H지수 폭락으로 인한 손실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2014년 60세 이상 고령투자자 19만5878명 중 91%에 해당하는 17만8145명이 ELS 원금 비보장 상품에 투자했다. 전체 투자금액(9조 5053억원) 중 88%(8조 3000억원)이 비보장이었다.

금융당국은 고령층 대상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70대 이상을 보호 대상 투자자로 분류하고 각 증권사와 은행에 전담 창구를 마련하거나 초고위험 상품 등은 판매사가 수탁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몰빵‘이 문제=H증시 하락에 따라 국내 ELS 투자자 피해가 막대한 이유는 지나친 ‘쏠림 현상’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ELS상품이 박스권에 머물려 7~8%의 괜찮은(?) 수익률을 내자 증권사들이 H지수를 기초로 구조만 조금씩 바꿔 매주 수십 종의 ELS를 찍어냈다.

은행들도 ELS가 최근 3년간 최고점에 이르던 지난해 상반기ELS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다. ELS가 판매 수수료에 기초한 상품인 만큼 판매에만 열중했지 잠재적 위험 요소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PB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ELS시장이 큰 곳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시장도 ELS상품 손실을 크게 보면서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ELS는 박스권 장세일때는 수익을 낼수 있지만 최근처럼 환율과 주가지수 변동성이 커졌을 때는 위험이 매우 커진다”면서 “그동안 실적이 좋아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못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국내 ELS ‘몰빵 투자’가 H증시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든 ELS를 증권사들이 H지수 선물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게 홍콩 증시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