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연아 기자]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정부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추진은 명분이 있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한 것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다소 인위적인 조치라 볼 수 있다. 특히, 중기적합업종 지정 품목을 보면 유독 식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중기적합 72개 품목 중 39%가 “식품부문”이며, 순대, 떡볶이, 어묵, 두부, 식빵, 막걸리, 도시락 등 품목 수 만해도 28개에 이른다. 거론되는 품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여타 산업군에 비해 중소업체의 비중이 매우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통해 다소 부자연스럽게 대기업의 진출을 막고, 중소기업이 살아 갈 수 있는 인위적 환경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기 보다는 시장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소비자의 안전은 후 순위로 밀려 있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기적합업종 지정 등 동반성장 규제는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4대악의 하나인 “불량식품” 근절정책의 희생양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사실 현 식품산업의 중기적합업종은 위생적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식품군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위생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다. 즉, 최첨단 위생시설과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량식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식품사건이 발생하거나 불량식품을 만들다 적발돼 가혹한 행정제재, 강제리콜, 형사고발 등에 직면하면 하루 밤 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위생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하루하루 노심초사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 발생했던 대형 식품사고 중 “불량만두사건”, “골뱅이 포르말린사건” 등의 경우,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했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도산해 인수한 대기업 품목의 시장이 돼버렸다. 이렇듯 식품산업의 역사와 특이성을 고려해 대기업과 중기의 역할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중기적합업종을 선정해야 했다.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에 역행하는 인위적 대․중기 동반성장은 부작용도 있다. 두부의 경우 2011년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수요 감소로 인해 국내 대두 농가의 피해가 크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두부산업 규모를 더 키워 수출산업화 했어야 원료생산자, 유통 등 전반적으로 산업이 더욱 활성화됐을 것인데,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더 이상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구매량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최소한 먹거리만큼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누가 만들어도 신선하고 안전한 제품을 소비자가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성이 담보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식품제조사들의 최고의 경쟁력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중소식품업체 스스로가 식품안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철저한 위생관리 노력을 해야 하나, 큰 비용을 들여 식품안전 설비를 구축하고, 자체 식품안전센터를 운영하거나 HACCP(식품안전인증제)를 도입할 능력이 대부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식품제조업분야 뿐만 아니라 식품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서 천신만고 끝에 안전한 제품을 생산했다 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실수가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식품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기업과 정부는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제조·유통 전 단계에 걸친 소비자 중심의 식품안전시스템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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