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딸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는 남자와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이 만났다.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는 10년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해관(이성민 분)이 추락한 인공위성 로봇 ‘소리’(심은경 분)를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해관은 2003년 대구에서 하나뿐인 딸 유주(채수빈 분)를 잃고 만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실종된 딸의 행방을 찾아 10년 동안 전국을 헤맨다.
아내마저도 ‘그만 잊자’고 말리던 그때 해관은 추락한 인공위성 로봇을 만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도청 목적으로 만든 이 인공위성 로봇은 특별한 기능이 있다.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고 목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것. 해관에게 로봇은 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된다. 로봇에게 ‘소리’란 이름을 붙여준 해관은 소리와 함께 딸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소리의 도움으로 딸의 행방을 좇는 과정에서 해관은 자신이 몰랐던 딸의 모습에 대한 퍼즐을 맞춰간다.
해관은 정도 많지만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경상도 사내. 정작 스무살 된 딸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고작 스무살짜리가 뭘 아냐”며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런 해관은 딸의 지인들을 통해 딸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딸 유주가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를 깨닫는다. 해관이 딸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 영화 ‘로봇, 소리’는 거리에 나선 해관과 소리, 두 인물(?)이 서로 교감하고 성장해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다. 무뚝뚝한 해관과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 소리가 마치 부녀지간처럼 정을 맺는 과정이 뭉클하다. 두 캐릭터가 때때로 빚어내는 코믹한 ‘케미’도 감칠맛을 준다.
‘로봇, 소리’는 분명 누선을 건드리는 영화다. 비록 빤하다 해도 눈물겹다. 부성애라고 하는 원초적 감정이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그 절절한 감정을 힘있게 뒷받침하는 것은 배우 이성민의 연기력이다. 또 기계적 음성에 미묘하게 체온을 입힌 심은경의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영화는 아니다. 외국인 연기자들의 설익은 연기는 TV 재연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소 엉성한 컴퓨터그래픽(CG)도 아쉽다. 미국과 한국의 정보기관이 소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설정도 그다지 매끄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눈엣가시라기 보다 졸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련되게 빚은 매끄러운 백자라기보다 투박한 옹기처럼 인간적이고 온기가 넘친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애틋하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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