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5년전 교통사고로 불완전 사지마비 상태가 돼 보행에 어려움을 겪던 임모(37) 씨는 어느 날 A병원의 줄기세포 광고를 보고 해당 병원을 찾았다. 보조기구 없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임씨는 2012년 3월 A병원에서 척수강에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그러나 2차 시술을 받은 직후 임씨는 팔과 다리, 배가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오후 6시30분에 실시한 MRI 검사에서 시술부위에 혈종이 발생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A병원 의료진은 이튿날 오전 8시40분에야 수술에 들어가 경추 3~6번의 혈종을 제거했지만 임씨는 결과적으로 노동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임씨는 “시술과정에서 병원 측의 과실로 사지마비 증상이 발생했고, 늑장대응으로 상태가 더 악화됐다”며 병원 운영자 윤모 씨를 상대로 7억6000만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임씨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김종원)는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윤씨는 임씨에게 2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술 전 진행한 검사에서 임씨에게 이상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주사기로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주사바늘이 혈관을 손상시켜 출혈이 발생했고, 그 결과 생성된 혈종이 신경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진은 혈종이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임씨에게 진통제만 투여하다 다음날 수술에 들어갔다”며 사후대응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가 가톨릭대학교병원에 의뢰한 감정 결과 임씨는 시술을 받기 전 노등능력상실률이 50% 전후 수준이었지만 시술 이후 노동능력을 완전히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재판부는 “임씨가 사지마비에 이르게 된 것과 관련해 의료진의 과실 외에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며 A병원 측에 책임을 물었다.
다만 임씨가 A병원을 찾아오기 전 이미 불완전 사지마비 상태였고, 의료진도 늦게나마 수술을 시행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한 점을 고려해 윤씨의 배상책임을 2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