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핵실험 금융시장 영향없어 이번엔 중동·중국 악재 겹쳐 삼성전자·현대차 실적악화 전망 외인 셀코리아 속도 높이나 우려감
새해벽두부터 잇달아 터지는 대형악재가 한국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중동발 전운고조, 중국 위안화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이 ‘외우’라면, 한반도 내부엔 북한의 핵실험과 한국 대표기업들의 어닝쇼크 우려 등은 ‘내환’이다.
특히 북한의 사상 첫 수소폭탄 실험은 한국 증시에 지정학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 ‘셀코리아(sell Korea)’를 이어가는 외국인들이 더 빠른 속도로 한국 증시를 팔아치울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유증기로 가득찬 탱크로리(tank lorry)는 정전기만으로도 폭발한다’는 이른바 ‘방아쇠 효과(trigger effect)’가 우리 금융시장을 강타할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같은 우려는 아직은 시기상조다.
▶北 핵실험… 미풍? 태풍? = 과거 사례로만 놓고보면 북한의 핵 실험은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핵실험 가능성이, 북한의 ‘핵실험 선언’으로 바뀐 직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핵실험 영향은 제한적’이란 발언이 이어졌다. 증권가 역시 ‘별 영향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문제의 시장 영향은 없다’고 했고,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유사 상황이 반복돼왔다. 충격 회복에 걸리는 시각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과거 핵실험 사례를 살펴보면 증시는 북한의 핵실험 충격 이후 빠르게 정상화 됐다. 지난 2006년부터 3차례 있었던 북한의 핵실험 당일 국내 증시 추이를 보면 당일에는 분명 충격이 있지만, 대체로 다음날에는 반등에 성공했다.
1주일 후에는 모두 상승반전됐고, 1달후에는 상승폭이 더 커졌다. 증시 전문가와 당국이 앞다퉈 ‘금융시장엔 별 영향이 없다’고 선언하는 배경이다.
▶과거와는 다르다? = 다만 이번 북한 핵실험이 대외 환경이 ‘최악’인 상태에서 불거진 돌발변수란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일단 중국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해 말 모란봉 악단의 급작스런 공연 취소 사태가 벌어진 이후 떨떠름한 북중 관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 감행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돌출 행동 당일 추가 제제 결의안 마련에 착수한 것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행보로 풀이된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여건도 썩 상황이 좋지 않다. 우선 중국의 위안화 가치 급락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대목은 경계대상이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7거래일 연속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악재지만, 한국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박이 계속된다는 점은 올해 증시의 최대 이슈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중동의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정세가 극히 불안정한 상태다.
특히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부각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저유가, 환율, 신흥국 증시 불안 등 여러 요인들이 ‘유증기’처럼 한국 증시를 꽉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이 불거졌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핵실험은 아시아에서 이미 익숙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작년보다 다소 높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株 줄줄이 울상=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가파른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실적 악화 우려가 주가 하락의 일차적 원인이지만, 외국인 보유 비중이 큰 대형주들의 주가 하락은 외인들의 셀코리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8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초 주당 130만원대를 호가했지만, 전날에는 110만원대로 10% 넘게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시장 추정치가 6조620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0.45%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 하락 상황도 심상치 않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11월 16만원대 중반의 주가를 유지했으나, 전날 현대차는 14만원에 장이 마감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낮아지고 있다. 달러 외에 유로화, 러시아 루블화 등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했고, 재고 물량 증가와 연말 마케팅 비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이익 성장성이 낮아질 것이란 해석이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