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새해 첫날 중국 증시 대폭락(-6%대) 사태의 향배에 국제 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증시의 대폭락(-40%)을 겪은 터라 불안감도 크다.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빚 투자’가 투자 실패로 이어지며, 자살자들이 속출하던 불과 6개월 전 상황이 현재에 겹친다. 중국 위안화와의 상관계수가 커진 원화도 사정권이다. 중국 증시 대폭락 쓰나미는 밤 사이 지구 반대편을 휩쓸고, 재차 한국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中 경기 ‘나쁘다’= 5일 오전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6.93포인트 떨어진 1911.93을, 코스닥은 7.34포인트 떨어진 670.45를 기록한 채 장이 시작됐다. 간밤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가 중동발 국제 정세 불안과 중국 증시 폭락 등 여파가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증시 폭락은 지난해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중국 상해 종합지수는 5166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초대비 30% 이상 급등했다. 당시 중국에 투자하면 ‘못먹어도 3배’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국내 증권사들도 앞다퉈 중국 투자를 권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점을 찍은 상해종합지수는 이후 급락해 7월 8일까지 3주만에 무려 30% 넘게 급락했다. 중국 증시 급락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왔지만, ‘급등 부담감’이란 해석 외엔 설득력 있는 원인은 찾지 못했다.
유사 상황이 6개월만에 재연되자 투심에도 불안감이 감돈다. 중국 증시 대폭락이 한차례에 그칠 것이란 낙관론과, 지난해처럼 1달 가까이 계속 될 것이란 비관론이 공존한다.
비관론의 이유로는 중국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꼽힌다. 4일 중국 증시 폭락의 원인이 됐던 차이신 제조업 PMI지수는 10개월 연속 ‘위축’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8개월)보다 더 나쁜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이신 PMI지수가 10개월 연속 하락 국면인 것은 중국 제조업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증폭 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올해 중국 경제 GDP성장률은 6.5%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하강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경기를 선반영하는 증시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반면 일회성 충격에 그칠 것이란 증권가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증시 폭락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초대비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이번 중국 폭락 사태와는 원인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유안타증권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이 1월중 계획돼 있다. 4일 폭락은 대주주 지분 매각이 가능해짐에 따른 물량 부담감 탓”이라고 분석했다.
▶韓 경기도 ‘나쁘다’= 한국의 대기업 ‘원투’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썩 밝지 않다. 경기 하방 효과가 큰 두 대표 기업의 실적이 나쁠 경우 증시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오는 8일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5% 줄어든 6조3000억원대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은 5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증권사 송명섭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과 LCD 부문의 실적 악화가 겹쳤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6조2100억원”이라 전망했다.
현대차도 올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판매 목표치를 813만대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820만대보다 7만대나 목표치가 하향된 것이다. 중국의 저가차량이 쏟아지고,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경기 불황이 해마다 높아지던 판매 목표치마저 낮추게 만든 것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원화 가치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주가가 3% 넘게 떨어진 것은 실적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환율효과에 따른 실적 기대감을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감이 압도한 셈이다.
기업들 뿐 아니라 한국 경기 성장률도 하향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 LG경제연구원은 2.5%로 올해 성장률을 예측했다. 수출 둔화가 1차적 원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근거는 거의 없다”면서 “작년 경제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하방위험이 매우 큰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