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욕심이 과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격이다.
영화 ‘잡아야 산다’는 일명 ‘쌍칼’이라 불리는 잘 나가는 CEO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형사 정택(김정태)이 겁 없는 ‘꽃고딩 4인방’을 만나며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하룻밤만에 고등학생들에게 휴대전화와 총까지 빼앗기고 ‘멘탈’마저 탈탈 털린 아저씨들과 무서울 것 없는 질풍노도 고교생들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담았다. 김승우와 김정태의 두 배우의 노련한 조합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시작부터가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동네 놀이터에서 승주와 눈이 마주친 꽃고딩 4인방은 승주가 자신들을 보고 ‘쪼갰다’는 이유로 지갑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벽돌로 머리를 내려친다. 이른바 ‘퍽치기’. 정색하고 말하자면 강도상해다.
그저 웃고 즐길만한 코미디의 사소한 에피소드로 보기엔 시작부터가 달갑지 않다. 이 무겁한 꽃고딩들의 질주에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동참하기엔 마음이 불편하다.
꽃고딩 4인방의 무법한 행동이 관객들의 공감을 받기 위해선 밉지만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야 한다. 배우들의 외모만 빛날 뿐 캐릭터는 부실하다. 이 시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통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찾기 어렵다.
시종일관 정신 없는 수다와 뜀박질로 이어가던 영화는 달리기가 멈추는 순간 동력을 잃고 만다. 이유 없는 반항에 대한 교훈조의 훈계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감동 코드에 이야기는 갈 곳을 잃고 헤맨다.
영화는 또 한번 변곡점을 맞는다. 코미디에서 휴먼드라마로 급변한 영화는 이내 음모와 배신이 뒤섞인 느와르 액션으로 ’3단 변신‘을 감행한다. 하지만 흐름이 매끄럽지 않고 마치 다른 영화의 결말을 갖다 붙인듯 덜커덕 거린다. 코미디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기교에 집착한 탓에 재미마저도 놓쳐버린 셈이다.
스피디한 편집과 화려한 액션으로 버무려 놓았지만 이야기의 개연성과 핍진성은 너무 궁핍한 수준이다. 꽃고딩 4인방 역을 맡은 한상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의 연기도 설익은 밥처럼 까슬까슬한 느낌을 준다.
한편 배우 김승우는 지난 28일 첫 언론시사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승우는 “재미를 많이 준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좀 안타깝다”고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김승우는 이어 “관객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촬영에 있어 최선을 다했고 촬영하면서 즐거움이 있어서 자신했는데 마음에 많이 안 든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그래도 새해를 여는 영화로 가볍게 보는 영화로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홍보를 위한 자리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이 영화의 부실한 완성도에는 주연배우로서 김승우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욕심 많은 배우로서 도저히 감출 도리가 없었던 아쉬움이다.
촬영 내내 뛰고 또 뛰어야했던 배우들의 수고로움이 안쓰럽다. 오는 1월 7일 개봉 예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