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일 외교수장들이 28일 위안부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한일 양국은 이에 앞서 27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국장급 협의를 개최, 외교수장 간 담판을 앞두고 실무차원의 최종 조율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명을 받고 담판에 나서기 때문에 돌파구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일본의 법적책임 인정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히 결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회담의 쟁점과 관전 포인트는 크게 5가지로 정리된다.

▶일본의 법적 책임? 韓 “해결안돼” vs 日 “청구권협정으로 종료”=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의 법적에 대한 한일간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국가책임)은 이미 종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행위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제2조1항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리 사죄, 기금 명칭과 명목은? 역시 도의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죄를 표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본 측이 해법으로 제시했다 불발된 이른바 ‘사사에(佐佐江)안’에도 편지 형식으로 일본 총리가 직접 사과하고 주한일본대사가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사과하는 방안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베 총리가 사과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과 역시 도의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들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일본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떤 명목이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은 무라야마(村山) 내각 때인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 지원에 나섰으나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 위로금 명목이라며 피해자들이 반발해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 위안부 해법으로 거론되는 새로운 기금 역시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위로금 명목이라면 피해자들을 납득시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레이존’=양국간 법적 책임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해법으로 이른바 ‘창조적 모호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보통 외교 협상에서 파국을 막기 위한 ‘우회전략’을 일환이다. 양측에서 서로 편의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 즉 ‘그레이존’을 남겨 난관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한국 측은 법적 책임으로, 일본 측은 도의적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쓰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금 명칭과 명목도 이런 연장선에서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미봉책’이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이면서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억지로 ‘그레이존’까지 활용하며 단기 해결에 목을 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정공법으로 승부해 본질적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녀상 철거 여부=위안부 문제의 양국간 최종 타결이 요원한 시점에서 일본 측이 이번 합의를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마저 하고 있어 양국 합의는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 입장에서 두 사안 모두 위안부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으면 거론조차 힘든 요구여서 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녀상 철거 문제 역시 민간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 힘든 사안이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의 결단은?=위안부 문제는 워낙 양국간에 오랫동안 골이 깊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 정상의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4월부터 국장급 협의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12차례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아직 해법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라는 얘기다.

현재 일본 언론 등을 통해 거론되는 일본의 위안부 해법에 대해서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 역시 본질적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면 피해자 할머니와 여론 등에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인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문제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해 공론화된 이후 24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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