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영화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빔 벤더스 감독이 무려 7년만에 선보이는 극영화다.

영화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 ‘랜드 오브 플렌티’ 등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빔 벤더스란 이름만으로도 복귀작에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비극적 사고를 겪고 난 뒤 송두리째 흔들리는 삶을 다룬 이야기다.

극중 토마스(제임스 프랑코)는 여자친구 사라(레이첼 맥아담스)와 따로 떨어져 호숫가에 살며 창작에 몰두하는 소설가다. 하지만 글은 뜻대로 써지지 않고 잔뜩 예민해진 토마스는 어느 눈보라 치는 겨울날 교통사고를 낸다. 눈길에 갑작스레 뛰어든 작은 소년 니콜라스를 치고 만 것.

사고의 죄책감에 시달리던 토마스는 여자친구와 결별하는 등 시련을 겪는다. 하지만 이내 그는 자신이 간직한 비극적 경험을 책 속에 풀어놓고 작가로서 성공을 거둔다. 토마스는 죽은 소년의 어머니(샬롯 갱스부르)를 만나 자신의 실수를 보상하려 하지만 어쩐지 자꾸 비극으로부터 뒷걸음질치게 된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죽은 소년의 형인 크리스토퍼가 토마스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 온 것. 애써 침착한 삶을 유지했던 토마스는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갈등을 겪으며 결말을 향해 간다.

빔 벤더스가 무려 7년만에 선보이는 극영화지만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이야기가 아닌 철저히 내면묘사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비극을 경험한 뒤 툭 치면 부서질듯 바짝 메마른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건조한 표정이 스크린을 지배한다. 제임스 프랑코와 죽은 소년의 어머니 역을 맡은 샤롤 갱스부르는 자제력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빔 벤더스 감독은 이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로 ‘죄의식’을 꼽았다. 그는 제작 노트에서 비에른 올라프 요한슨이 쓴 시나리오와 관련해 질문을 던진다. “(극중 토마스처럼) 타인의 경험과 고통을 픽션으로 녹여내도 괜찮은 것인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때 우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가?”

하지만 영화는 결코 이같은 질문을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던지지 않는다. 다만 관조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물론 고통받는 영혼을 바라보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이 영화에서도 한가득 느껴진다. 화홰와 용서는 빔 벤더스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주제다. 특히 ‘트랙 인 줌 아웃’으로 잡아낸 토마스의 마지막 표정은 예기치 않은 삶의 고난마저도 긍정하려는 감독의 의지처럼 보인다. 마치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것이 괜찮을 거야’라는 위로처럼 들린다.

화폭을 영상에 옮기려는 듯한 빔 벤더스의 실험도 계속된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앤드류 와이어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미장센은 미니멀한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이 실험적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분명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진폭은 높낮이가 거의 없어 단조롭게 여겨진다. 미니멀한 묘사가 지루하게 여겨질 관객도 있을 것이다. 빔 벤더스의 ‘이름값’에 비춰본다면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거장이 만든 범작처럼 보인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