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6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연합인 MUD(민주연합회의)가 총 167석 중 112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기존 60석에 불과했던 MUD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중간선거 추진과 사회주의 헌법의 개헌도 가능해졌다.
유가급락으로 촉발된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해 야당의 승리는 선거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제유가의 급락이 석유부국인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위기는 그보다 훨씬 전인 차베스 정권 말기부터 시작해, 마두로 정부 이후 더 심각해졌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석유산업으로 벌어들인 외환의 증발 때문이다. 외환이 없다보니, 정부는 민간의 물품수입용 외환수요를 채워주지 못했고, 수입이 줄다보니 물품부족과 가격 급등, 임금 인상과 현지화 발행 남발, 암시장 환율의 폭등과 같은 악순환에 빠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시절, 베네수엘라의 연간 수출액은 1000억 달러로, 무역수지 흑자액이 매년 4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외환보유고 잔액은 매년 감소했다. 막대한 오일달러는 무상임대주택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서민지원자금으로 풀리거나 주변국에 대한 장기저리식 퍼주기 외교로 쓰인 것도 많지만,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서민층의 조직적인 빼돌리기로 개인 호주머니로 사라진 것도 많다.
앞으로의 시나리오는 더 어둡다. 2016년에 갚아야 할 외채부담액은 16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석유가 대부분인 수출은 400억 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120억 달러도 채 되지 않아, 유가의 반등이 없다면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선언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국민들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 타개를 위해 집권당의 서민복지정책을 포기하고 시장친화정책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 갈등의 골이 깊어 정부와 여소야대의 국회가 정책공조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저유가의 지속과 외환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의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회의 첫 번째 검토대상은 민간기업의 투자를 막았던 외환규제와 외국인투자정책, 가격규제정책 등이 될 전망이다. 민간기업들은 정부가 민간에 대한 외환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시장에 맡겨두면 기업의 생산의욕을 자극하여 국내생산과 제품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승리로 베네수엘라가 다시 시장경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우리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우리 건설기업들이 정유와 가스분야의 생산성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석유개발, 철광석, 알루미늄, 희토류 등의 자원개발 뿐만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전력, 통신 등의 산업에도 우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요는 커질 전망이다. 정국혼란과 디폴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