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 모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고 한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직원들을 성추행하고 인격적 모독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그 이유다. 정확한 내용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난해 말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는 정 감독 부인이 뒤에서 꾸민 것이란 얘기다. 결국 서울시향 운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대표와 음악감독의 마찰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정 감독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정상의 음악가다. 그런 그가 이끄는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에서 이같은 불미스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정 감독이 서울시향을 맡은 이후 그의 주변에선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9년간 서울시향으로부터 모두 14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 대략 연간 15억원 수준으로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자주 일었다. 또 직업의 특성상 해외 일정이 많았고, 그 때마다 1등석 항공권을 제공받아온 것도 논란이 됐다. 호텔 객실은 최고급 스위트룸을 이용한 것도 구설에 오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꼭 그런 시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정 감독이 받고 있는 대우는 다른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부족하면 부족했지,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 정 감독은 오스트리아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공연을 하면 자가용 비행기를 내줄 정도의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또 서울시향은 정 감독이 맡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해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랐다. 그런 그에게 15억원의 보수와 1등석 항공권, 스위트룸이 그리 대단한 특혜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 감독이 간과한 게 있다. 그가 엄연한 공인이란 사실이다. 서울시향은 정 감독 개인의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물론 정 감독은 본인의 음악적 수준에 걸맞는 충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향이 제공한 항공권을 가족이 사용하거나, 집수리를 이유로 호텔비를 청구하는 등 단 한푼이라도 부정한 용도로 예산을 써서는 안된다. 시향 대표가 이를 관리 감독하는 건 당연하다. 그 때문에 시향 운영에 다소간 마찰이 생긴다고 부인이 개입해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정 감독에게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 감독이 공인으로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