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1년 반 가까이 맡아왔던 경제사령탑 자리를 내려놓고 국회로 복귀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보인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경제활동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던 상태에서 등판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제의 성장세를 돌려놓고 최근엔 국가신용등급도 사상 최고등급을 받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세종시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지난 1년 반이 10년 같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며 “전천후 소방수로 (경제회복, 구조개혁, 메르스 사령탑까지) 안해본 게 없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 잇따라 터진 경제위기 국면에서 우리경제의 침몰을 막으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가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속절없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던 성장률(전분기대비)은 올 3분기에 1.3%로 높아지면서 5년여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개별소비세 인하와 전국적 세일 등 과감한 소비촉진책 등이 경제지표를 통해 반영된 것이다.
구조개혁 분야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고 지난 9월에는 노사정 대타협을 성공시켜 노동개혁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에 힘입어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고수준으로 높였다. 특히 무디스는 지금까지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Aa2의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해 최 부총리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국회로의 복귀가 예정된 ‘말년 병장’ 상태에서 ‘제대증’을 받지 못해 경제수장 역할을 지속해온 최 부총리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경제사령탑 자리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에서도 그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찬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제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그가 단기적인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규제완화와 소비진작책을 구사하면서 가계부채 누적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다.
수출은 내년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고, 12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 투입하다보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지표상 호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경기체감도에는 여전히 냉기가 감돌며, 소비심리는 사상 최처로 떨어졌다. 올연말~내년초엔 소비절벽에 따른 급속한 침체가 우려된다.
구조개혁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의 실행을 위한 관련 법안은 3개월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경제관련법도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타협은 실효성 없는 양해각서(MOU)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대외불확실성의 파고는 1997년말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 처지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저유가와 신흥국 위기 등이 모두 한국경제를 엄습할 요인들이다. 자칫 위기관리에 헛점을 보일 경우 위기가 ‘쓰나미’ 처럼 몰려올 수 있다.
최 부총리는 꽃다발을 받고 국회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남겨놓은 위험한 경제현실은 다음 경제수장은 물론 국민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다. 새 경제수장을 맡게 되는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이러한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