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연말 금융권 인사시즌을 맞아 취임 2년차를 맞는 금융수장들이 자기색깔 내기가 한창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조직 추스리기에 방점을 찍고 안정된 인사를 추구했다면 취임 2년차인 이번 인사에서는 자신만의 지향점을 분명히 나타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 4일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제’를 도입하고 이달 말 임기만료인 6명의 부행장 전원을 교체하는 ‘대폭 물갈이’ 인사였다.
민영화 달성에 매진하기 위해 소폭에 그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완전히 빗나간 결과였다. 취임때부터 강조해온 철저한 ‘실적주의’에 기반한 조직개편과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4년간 유지해온 수석부행장직을 폐지하고, 국내ㆍ글로벌ㆍ영업지원그룹 등 그룹장 3명을 둔 것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후임자 거론 등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임기 내 민영화 달성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실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계속 일을 맡기지만 성과가 좋지 못한 부서에는 아예 일감조차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성과에 냉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카드, 우리종금, 우리FIS, 우리PE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예정된 가운데 임기만료된 대표를 중심으로 상당폭의 물갈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과 자본시장에서의 수익 확대를 밝힌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이번 인사에서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지난 6일 내년도 경영계획 및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김 회장은 글로벌사업 추진을 위해 지주 차원의 ‘글로벌전략국’을 설치한다.
글로벌 진출 강화를 위해 총괄기획 및 전략 수립을 하고, 자회사의 해외사업 조정 및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기업투자금융(CIB)활성화협의회를 신설하는 등 기업투자금융부문 관련 계열사간 협업도 직접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조직개편과 함께 인사도 화두다.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만료되고, 김학현 농협손해보험 사장 임기도 내년 1월까지다. 현재 농협금융은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 절차를 통해 후임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늦어도 오는 20일을 전후해 선임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에서 김 회장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내년 1월12일로 행장 선임보다 뒤쳐져 상대적으로 금융에 대한 관심이 덜 하고,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경우 현재 주변인물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어 후임 행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타 은행과는 달리 1년의 추가 연임 없이 2년제 임기를 엄격히 지키는 편”이라며 “농협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혀봐도 김학현 농협손보 대표가 유일한 임원 연임 사례였던 만큼 이번에 임기 만료되는 부행장의 교체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3월 전임 행장의 투병으로 갑작스레 은행장에 낙점된 조용병 신한은행장 역시 내년 1월로 예정된 인사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취임 2년차 준비태세를
갖출 전망이다.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보 이상 임원은 임영진, 이동환,임영석,서현주,윤승욱 부행장 등 5명이다. 5명 모두 3년(2년+1년) 임기를 모두 채웠다는 점이 인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취임 1년간 ‘내부 안정’이란 큰 숙제를 해결한 윤종규 KB금융지주 겸 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GI서울보증에 있던 김옥찬 사장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그룹인사의 시작을 알렸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임기만료 임원진은 3명 뿐이지만 지주 계열사 사장단의 임기가 대거 올해 말까지인 만큼 일정 수준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 국민은행 내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인사가 강문호, 박정림 부행장, 허인 전무 등 3명으로 대대적인 임원진 교체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회장은 이번 그룹 인사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경쟁구도 구축에 나서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출범 이후 취임한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첫 인사인 만큼 탕평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5명의 부행장의 임기가 올해 종료된다.
황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