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최근 법원에 친생자부인소송(호적상 올려진 아들ㆍ딸이 친자식이 아님을 주장하는 소송)을 낸 A(71)씨. 지난 40여 년간 아들이었던 B(45)씨를 호적에서 파기 위해서다. A씨는 여동생과 여동생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조카를 아들로 삼아 애지중지 길렀다.

하지만 A씨의 가세는 기울었고 B씨 역시 막노동을 하며 전국을 떠도는지라, B씨가 아버지를 봉양할 상황은 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A씨는 노동 능력이 있는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얻지 못했다. A씨는 결국 아들과 연을 끊기로 했다.

생계가 막막해 법적 자녀와 남남으로 사는 것을 선택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라 있는 자녀가 부양의무를 가진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년 복지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고 지적한다.

3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친생자부인소송 2004년 39건에서 2014년 539건으로 1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친생자확인소송(혼외자를 친자식으로 확인하는 소송)이 2316건에서 4685건으로 배 증가한 것에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친생자와 관련된 소송이 여럿 있지만 통계상 친생자부인의청구를 친생자부인소송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을 친생자확인소송으로 봐도 된다”며 “친생자부인소송은 기초생활수급 문제로 자녀와 관계를 끊기 위해 주로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직계 혈족이 있는 경우, 3인 가구 기준 가구 소득이 334만원을 넘으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한다. 호적상으로만 자식이고 왕래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C(67ㆍ여)씨가 그런 경우다. C씨는 남편이 데려온 혼외 자식을 1980년부터 아들로 삼고 길렀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는 그치지 않았고, 결국 C씨는 2002년 이혼을 선택했다.

2008년 남편이 사망했을 때 아들은 C씨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다. 남편의 내연녀를 친어머니로 모셨다. 지병을 앓는 C씨는 아무 소득이 없는데도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결국 친생자부인소송을 통해 아들과 관계를 끊었다.

이에 부모와 자식 간 관계를 끊는 소송을 돕는 것이 또 다른 복지 형태가 돼 버렸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엄승재 팀장은 “각 지역 주민센터와 연계해 친생자부인 소송을 진행했고, 한국유전자주식회사와 연계해 1인당 15만원 정도 드는 유전자검사도 지원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곤 가사전문변호사는 “생계가 곤란해 부모 자식의 연을 끊는 소송을 맡으면서 현행 복지 제도가 잘 돼 있으면 될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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