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오는 26일 판문점에서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중대 변곡점에 들어서게 됐다.
북한은 20일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26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고 우리측은 홍용표 통일부장관 명의로 김양건 당 중앙위 비서 앞으로 이에 동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8ㆍ25합의 석달여만에 당국회담 개최의 길이 열리게 됐다.
우리측의 앞선 세 차례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사실상 거부했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실무접촉을 제안해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현재로선 이번 실무접촉의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남북은 당국회담에 나설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무접촉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할 때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라인을 활용한 우리측은 내심 당국회담 수석대표로 홍용표 장관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북한은 실무접촉을 제안하면서 조평통 서기국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조평통 서기국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남북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지난 2013년 6월 장관급회담 개최에 합의해놓고도 격 문제로 무산된 전철이 되풀이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남측은 류길재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웠지만 북측이 강지영 조평통 국장을 내보내는 바람에 김남식 차관으로 변경했고 북측이 이를 빌미로 회담을 무산시킨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실무접촉이 열려도 남북이 다시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를 놓고 대립한다면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양건 비서가 당국회담에 직접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다양한 대응 방안 수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격 문제의 고비를 넘는다고 해도 의제라는 본질적이고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와 5ㆍ24조치 해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하나 해법이 쉬운 게 없는 이슈들이다.
일각에선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가까스로 이끌어낸 8ㆍ25합의의 핵심인 당국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남북관계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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