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범인은 범행현장에 반드시 돌아온다.”
미제 사건을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한 속설이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범죄는 특정한 부분에서 공통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경찰대 연구에서 성폭력 범죄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입증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반복되는 범죄 패턴을 미리 알면, 모든 범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향후 범행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미리 예상하고 범죄 자체를 피해 활동하는 등 예측적 활동이 가능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 저녁 9시부터 12시, 대한민국 범죄알람 ‘따르릉’=대검찰청이 전국 수사기관의 범죄통계원표를 근거로 작성한 ‘2015년 범죄분석 자료’는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전체 범죄는 총 193만3835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99만6389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이는 전체범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교통범죄(사고 포함)가 매년 감소하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교통범죄를 제외한 전체범죄는 10년 동안 오히려 13.8% 더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5월에 발생한 범죄가 17만7051건으로 1년 중 가장 많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는 12월과 2월은 범죄가 가장 적은 달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는 휴가 등 외부활동이 늘어나는 여름(50만9582건)이 다른 계절에 비해 범죄가 더 잦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요일별로는 토요일이 18만8144건으로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금요일(18만1581건)이 그 뒤를 바짝 뒤쫓았고, 반면 월요일(15만8675건)은 일주일 중에서 범죄 발생비가 제일 낮았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9시부터 자정 12시 사이에 무려 25만3357건의 범죄가 발생해 다른 시간대보다 평균 2배 가까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은 화요일, 성폭력은 토요일, 방화는 일요일 “조심하세요”=세부 사건별로 따져보면 날짜와 시간 등에 따라 범행 패턴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흉악범죄인 살인(미수 포함)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938건 중 5월에 98건이 발생해 가장 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달로 기록됐다. 이어 4월(96건)과 1월(95건)이 높은 발생률을 보인 반면 12월과 2월은 각각 61건과 54건으로 범죄 확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성폭력 범죄는 7월과 8월에만 각각 3300건 넘게 발생하면서 1년 중 가장 발생비가 높았다. 반면 겨울에는 매달 1000건대 정도로 확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대 역시 토요일 오후 9시부터 12시 사이가 ‘피크 타임’을 보이고 있다.
두 범죄 외에도 대표적인 강력범죄인 방화의 경우 일요일, 절도는 토요일에 상대적으로 범죄 집중도가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무면허 운전은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 8103건이 적발되면서 하루 중 가장 많았고, 뺑소니범 적발은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가 1위를 차지했다. 음주운전은 오후 9시부터 12시에만 무려 10만여 건이 단속되면서 전체(21만9392건) 절반이 이 시간대에 집중돼 있었다.
▶범행 장소 1위는 ‘노상’…지역별로는 제주도 범죄율 높아=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 1위는 ‘노상’(16만9643건)이 차지했다. 노상에서는 절도ㆍ폭행ㆍ상해 비중이 높았다. 이어 유흥업소가 4만4098건으로 2위를 나타냈고, 일상 생활 공간인 단독주택과 아파트(다세대 빌라 등 포함)가 각각 3만9015건과 2만9924건으로 적지 않은 범죄가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살인과 방화의 경우 노상보다는 오히려 단독주택에서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났다.
지역별 범죄 발생비를 놓고 보면 제주도가 인구 10만명당 5307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광주광역시(4823건), 부산광역시(4203.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발생비가 가장 낮은 지역은 충청북도로 인구 10만명당 3195.1건이었으며, 대전광역시(3294.5건), 전라북도(3349.8건) 등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범행시 범죄자의 정신상태’ 부분에서는 ‘정상’이 60만5530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주취’가 41만7861건, ‘정신장애’ 상태의 경우 5903건으로 조사됐다.
노성훈 경찰대학교 부교수는 “위험요인이 많고 같은 범죄가 한달 내 반복해서 발생하는 곳의 경우 다음해에도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며 “과거의 범죄발생기록 및 다양한 위험요인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범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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