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의 번역수첩(김화영 지음, 문학동네 펴냄)=한국에 소개된 위대한 프랑스 문학은 그의 손을 거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 클레지오, 파트릭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자크 프레베르, 로맹 가리, 로제 그르니에…. 세계문학장을 이끈 작가들을 시차없이 만날 수 있었던 건 60년대 일찌감치 프랑스에서 유학한 그 덕이다. 이 책은 그가 번역해낸 책들에 붙인 후기만을 모은 것이다. 그는 후기를 마라톤을 완주한 뒤 단내나는 상태에서 쓴 고역으로 얘기했지만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해석, 평론까지 더해 풍성한 읽을 거리를 남겼다. 그의 번역 대상은 소설과 시선집, 사진집, 소설사 비평사까지 광범위하다. 김화영 번역의 특징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골라 작업했고, 재번역도 서슴치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 한 권에 다 들어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지난해 가을, ‘한국 자본주의’를 펴내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을 제시한 저자가 이번에는 갈수록 악화돼 가는 불평등 구조의 한국사회 타개책을 내놨다. 저자는 불평등구조 심화의 원인으로 외한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을 든다. 선진국과 달리 시장경제 역사가 짧은 한국의 불평등의 주원인은 소득불평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계는 노동소득, 즉 임금으로 생활하는데 가계에 노동소득으로 분배되어야 할 몫을 기업이 분배하지 않고,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고용구조와 기업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임금분배구조와 고용구조, 기업구조를 개혁하는 정책이 전제 되지 않고는 정부의 복지예산을 늘리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이런 불평등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젊은세대들이 깨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방성혜 지음, 시대의창 펴냄)=조선 왕들이 흔히 앓았던 병의 얘기를 엮었다. “가려운 것이 아픈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한 영조를 비롯, 많은 왕들이 가려움증을 앓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인조는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뒤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항상 떨어야 했다. 또 삼전도의 굴욕도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현종은 푹 쉬고 잘 먹으면서 요양을 해야하는 결핵 환자였고, 경종은 스트레스성 땀띠 환자였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숙종은 간 경화로 밤마다 가려움에 괴로워해야 했다. 왕의 하루는 21세기 현대인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왕의 병 역시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