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것은 승객들을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것과 같다“
대법원이 12일 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의 살인 혐의를 적용하면서 내린 판결 취지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에 앞서, 퇴선명령만 했더라면 더 많은 승객이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을 전제했다.
구조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한 사람이 사망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가 살인행위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리’가 국내에도 본격 적용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당시 상류층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모두 지나쳤으나 오히려 유대인과 적대 관계인 사마리아인이 구해줬다는 신약성경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타인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부작위:不作爲) 그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한 상황’은 근세까지 법이 아닌 도덕의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이같은 구조 거부를 처벌하는 조항을 형법에 반영했다.
프랑스의 경우 형법 제63조 제2항에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해 주어도 자기가 위험에 빠지지 않음에도 자의로 구조해 주지 않은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60프랑 이상 15,000프랑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준석 선장은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자이기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노인이나 영아, 환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유기치사죄를 적용하지만 구조거부죄나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구조의 책임이 있는 자가 구조에 나서지 않았을 경우 살인죄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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