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서울권 여자대학들이 잇따라 ‘금남(禁男)’의 경계를 허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재학생과 동문의 반발에 번번이 남녀공학 전환이 무산되고 있다.

남학생에게 문을 열어 대학 경쟁률을 높이겠다는 대학과, ‘여대’ 정체성을 지켜달라는 동문들 간 의견대립이 팽팽하다.

배화여대는 최근 이 문제로 떠뜰썩하다.

지난 6월 학교법인 배화학원 이사회에서는 정관 1조의 ‘여성교육’에서 ‘여성’이라는 말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어 배화여대가 남학생들을 포함한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면서 학교와 동문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지난달 23일 배화학원에 속한 배화여고 총동문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남학생 수용 반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 결정은 배화학원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의 정체성을 짓밟았다”라며 학교법인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외에도 올해에만 덕성여대, 숙명여대도 같은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우리나라의 여자대학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 전후로 ‘여성교육 기회 확대’ 측면에서 육성된 전통이 어어져 왔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여대의 명맥이 계속 유지됐고, 탄탄한 동문을 바탕으로 ‘여대 파워’가 입증되기도 했다.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이 최근 추세인 것만은 아니다.

앞서 1996년 상명여대는 지금의 상명대로 남녀공학 전환에 성공했다. 이보다 전에는 수도여사대가 세종대로 개명하며 공학이 됐고, 성심여대가 카톨릭대에 통합되고 효성여대가 대구카톨릭대에 통합되는 등 한차례 남녀공학화 바람이 불었다.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명분은 같다.

여대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위기감과 대학평가에서의 경쟁력 강화, 연구역량 강화 등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여대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정서가 강하다.

이화여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있는 김모(25ㆍ여) 씨는 “학교 내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여권(女權) 신장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원 반이 여성이 될 때까지 여대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적 현실을 반영해 대학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남학생과의 협업이 연구역량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에 성신, 덕성, 동덕, 서울 등 4개 여대에서는 일찍부터 일반대학원에 남학생을 입학시키고 있다.

덕성여대는 일반대학원 재학 219명 중 18명(4월 기준), 동덕여대는 182명 중 5명(11월 기준), 서울여대는 233명 중 11명(10월 기준)이 남학생이다.

또 최근 대학 간 학점교류가 늘어나면서 인근 대학의 남학생이 여대에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아 ‘금남의 구역’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반해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아직 일반대학원에도 남학생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내 구성원들의 논의를 통해 일단 보류된 상태”라며 “현 총장의 임기가 내년 여름까지라 언제 다시 논의가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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