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작다’라는 이미지가 강한 스포츠이다. 격투기나 단체 종목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작은 테이블 위에서 새알보다 작은 공을 주고 받는 탁구가 감질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탁구 경기는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어 왔다. 탁구가 첫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88 서울 올림픽에서 유남규의 금메달, 영화 <코리아>로 만들어지기도 한 1991년 남북단일팀의 세계선수권 우승, 2004 아테네 올림픽의 유승민 우승 등은 역사에 남을 장면이었다. 탁구의 정식 영어 명칭은 ‘테이블(table tennis)’이지만, 흔히 ‘핑퐁(ping-pong)’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이 왔다갔다 하면서 특유의 튀기는 소리를 내는 것을 묘사한 말이다. 그래서 냉전 시대 미국과 중국의 외교의 물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한 미중 탁구교류전이 ‘핑퐁외교’가 된 것이다. 미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담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주인공이 중국으로 탁구경기를 하러 가는 것으로 묘사했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그런데 의학에서도 ‘핑퐁’이라는 말이 쓰이는 경우가 있어 흥미롭다. 바로 성병균이나 바이러스들이 남녀 커플이나 배우자 간에 왔다갔다 하며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를 뜻한다. 마치 남녀가 탁구를 치듯이 균을 주고 받는 모습에서 유래된 용어로 ‘핑퐁 감염(ping-pong infection)’이라고 한다.
핑퐁 감염이 발생하게 되는 데에는 남녀의 성병 특성의 차이도 큰 원인을 차지한다. 사실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같은 성병균에 감염이 되어도 여성은 막상 그 증상이 확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무증상 혹은 애매한 증상만을 나타내며 잠복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통해 남성에게 감염이 될 경우, 남성에게는 소변 시 통증이나 따가움, 그리고 요도 입구에서의 고름 등 심한 증상이 단기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남성에서 성공적인 치료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파트너나 배우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이다. 성병균의 경우 감염이 되어도 면역을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료가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증상을 보이며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받지 않은 파트너에게 잠복해 있던 균이 다시 들어온 것이다. 마치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성병으로 진단을 받았을 경우에는 반드시 여성 혹은 남성 파트너도 검사를 받거나 같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파트너 간에 이런 대화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의료진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의 재감염을 막는 것은 물론, 치료 받지 않은 여성의 성병은 훗날 만성 골반염이나 습관성 유산, 불임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이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남녀 커플이 같이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은 이후에 성관계를 재개하는 것이 안전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준석(비뇨기과 전문의)*'글쓰는 의사'로 알려진 이준석은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비뇨기과 전문의이다. 다수의 스포츠 관련 단행본을 저술했는데 이중 《킥 더 무비》는 '네이버 오늘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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