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향후 일본식 장기침체(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30대 그룹이 바라본 ‘암울한 미래’다. 최근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줄면서 내수부진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수출마저 함께 감소하며 전체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다.
2일 헤럴드경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실시한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30대 그룹(국내 자산순위 기준)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10곳 중 9곳(89.7%)은 ‘우리 경제에 일본식 장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이 가운데 41.4%는 ‘일본식 장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으며, 48.3%는 ‘가능성은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식 장기침체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세부 의견은 다소 엇갈렸지만, 국내 경기가 정체ㆍ둔화 상태에 처해있다는 데에는 30대 그룹 대부분(89.7%)이 동의했다. 국내 경기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답변(69.0%)과 정체를 넘어 ‘둔화 국면’에 빠졌다는 응답(20.7%)을 합한 수치다. 반면 최근 경기가 ‘회복 국면’이라는 응답은 단 10.3%에 불과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30대 그룹의 우울한 경기전망은 지난해 3.3%였던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2.7%로 낮아진 것과 궤를 같이 한다”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도 ‘내후년 이후’(44.8%) 또는 ‘내년 하반기’(41.4%)로 대폭 미뤄졌다. 약 86.2%의 30대 그룹이 경제 회복이 아직 요원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회복 시점을 비교적 이른 ‘내년 상반기’로 전망한 30대 그룹의 비율은 단 13.8%에 머물렀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대내적 불안요인으로는 ‘내수부진’(50.0%)이 꼽혔다. ‘수출감소’(26.7%), ‘가계부채 증가’(10%), ‘세제ㆍ규제 관련 기업부담 가중’(10%)이 그 뒤를 이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라는 우리 경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대외적 측면에서는 ‘중국 경제 둔화’(58.1%)와 ‘미국 금리 인상’(12.9%), ‘유럽 경제 부진’(9.7%), ‘산유국 경제불안’(3.2%)이 국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 2005년 21.8%에서 올해 25.7%로 10년간 약 10% 급증(무역협회)한 만큼, ‘중국 저성장 칼바람’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의 관계자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의 특성이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17%포인트 동반하락할 것이라는 조사결과(KDI)까지 나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