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남서울 천왕산의 거친 가을 바람은 흐린 날씨를 만나 더욱 을씨년스럽다. 결국 천왕동 남부교도소 앞길에 이르자 비를 뿌린다.
구슬프게 가을비가 내리던 26일은 영화 ‘신세계’의 대사 처럼 “감옥 가기 딱 좋은 날”이었다.
이날 법무부는 ‘교정의 날 70주년’을 맞아 기자 10명을 초청해 ‘일일 수용자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교도소 입소부터 출소까지 과정을 압축해 진행했다.
“끼기기깅, 철컥.”
서울남부교도소의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이제 담배도 피시면 안되고 핸드폰도 전부 끄셔야 합니다”라는 교도관의 말이 등 뒤에서 들린다.
평소 담배 안 피는데, 갑작스레 흡연욕구가 치솟는다. ‘체험’일 뿐인데…. 군 입대 때의 서너배 긴장감에 심실이 쫄깃해진다.
일일 수용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기자가 손을 번쩍 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됩니까. 긴장이 되서….” 마치 꽃샘추위에 입학하는 초등학생들처럼 우르르 그를 쫓는다.
신입자교육실로 이동했다. 옥색 죄수복을 갈아입고 신분 확인을 시작했다.
‘수용번호 7002번 김진원’. 신분확인 후 밥ㆍ국ㆍ찬 그릇을 파란색 모포 위에 포개 받았다.
신체검사실 한구석엔 철제 발판이 놓여있다. 항문 검사 하는 기계이다.
발자국 모양으로 된 곳에 양발을 올리고 쪼그려 앉으면 밑에 있는 카메라로 항문을 비추는데, 마약사범 등을 가려내기 위함이다.
이어 2열종대로 수용거실로 이동했다. 취재과정에선 권력자에게 조차 짐짓 무례를 행하기도 하는 기자들이 훈련병 처럼 행진한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맞춰야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들 정도로 긴장감이 엄습해왔다.
복도천장에는 CCTV 카메라가 줄지어 있었다. 금속탐지기는 출입구 마다 붙어 있었다. 복도를 지나다 마주친 다른 수용자들이 신입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쇼생크탈출’에서 처럼, 선배 수용자들은 ‘어느 신입이 먼저 울까’ 내기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시선이 따갑다.
수용거실 하나당 4명씩 들어갔다. 12.01㎡ 크기에 복도로 창문이 크게 뚫려있었다. 나무로 된 사물함은 천으로 가리워져 있었다.
구석에 위치한 화장실은 허리까지만 시멘트벽이고 그 위는 투명아크릴 이었다. 자해를 막기 위해 거울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감방 동료의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모습을 어쩔수 없이 마주해야 했다.
냉골인 바닥에 한기가 올라왔다. 엉덩이가 시려 모포를 슬며시 깔고 앉으니, 교도관이 경을 친다.
감방 구석구석을 살피던 것도 한계가 왔고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찬바람이 가슴팍으로 밀고 들어왔다. 국방부시계(군복무)보다 법무부 시계(감방생활)가 더 느린 것 같다.
식사 시간이 됐다. 수용도우미가 수레를 밀고 복도로 왔다. ‘콩밥인가?’ 된장국과 제육볶음, 김치를 반찬그릇에 담겨 창살 아래 난 직사각형 구멍으로 들어왔다. 밥은 예상을 뒤엎고 흰쌀밥 이었다. 인권에 기반한 최소한의 복지였다.
점심 식사 시간엔 교정방송 라디오가 흘러나왔다. 여성 DJ가 사연을 읽었다.
“같은 방에 있는 형이 다음주 출소 입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쉽네요. 밖에서도 잘 살길 바라고 형이 좋아하는 ‘금잔디’ 신청합니다”
운동시간이 됐다. 사방이 막힌 운동장엔 족구 네트 4개와 절반짜리 농구코트가 있었다. 흙바닥에 먼지를 날리며 족구 한판 했다.
할당된 30분이 지나도 신입들이 운동장을 비켜주지 않자 다른 동 수용자들이 “운동장 언제까지 쓰실 겁니까”하고 소리쳐 물었다. 험악한 상황이 될 뻔 했다.
원칙의 준수와 질서유지, 양보 등을 하지 않으면 교도소 공동체 역시 유지될수 없다.
이어 수형자 분류를 위한 심리검사를 했다. ‘나를 이곳에 넣은 판사ㆍ검사ㆍ변호사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와 같은 자뭇 살벌한 질문에 예ㆍ아니오로 답하는 문제 175개를 풀었다.
오후 일과를 마치고 출소 시간이 다가왔다. 과거엔 자정에 출소시켰지만 가끔 문제가 생겨 요즘 새벽 5시 첫차시간에 맞춰 내보낸다고 했다.
들어오면서 낸 소지품을 받았다. 교도관들과 작별 악수를 한뒤 차가운 밤공기를 맡았다. 육중한 철문이 닫혔다.
들어갈때 보지 못한 글귀, 나올때 보았다.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밝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 죄와 벌, 그리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비수처럼 심실에 꽂혔다.
jin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