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한국영화계에서 늘 나오는 얘기 중 하나는 ‘20대 여배우 기근’.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영화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필연적인 결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작품 속 비중과 관계없이 빛나는 배우들을 발견할 때면 반갑다. 그 중에서도 박소담은 단연 돋보인다. 여전히 10대처럼 보이는 얼굴로 여고생 역은 물론, 다방 종업원(‘일대일’), 신인 연예인(‘베테랑’), 후궁을 노리는 내인(‘사도’) 등을 오갔다. 새 영화 ‘검은 사제들’은 박소담이 왜 ‘괴물 신인’으로 불리는 지 그 이유를 납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제작 영화사 집)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극 중 박소담은 교통사고 이후 사령(死靈)이 몸에 씌인 여고생을 연기한다. 구마(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예식)를 진행하는 클라이맥스에서 박소담은 베테랑 배우 김윤석·강동원과 기싸움이라도 하듯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핏발 선 얼굴 등 강도 높은 분장은 물론, 뇌사 상태에 빠진 역할을 위해 삭발에 가까운 스타일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박소담은 화면 속 섬뜩한 얼굴에 개의치 않아 하는 여유로움은 물론, 연기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전해 향후 그녀의 행보에 기대감을 더했다.
박소담은 극 중 파격적인 분장과 관련해 “사실 매일매일 분장하다보니 스스로 익숙해져서 (분장을) 좀 더 해볼까 싶기도 했다”며 “선배님들이 오히려 ‘지금도 충분히 무섭고 괴기스럽다’고 그만하라고 하셨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당시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언제부턴가는 속으로 (강동원의) 외국어 대사를 따라하고 있더라”고 당찬 면모를 보였다.
이어 박소담은 사령을 쫓는 의식을 찍을 당시, 물리치료를 받으며 촬영을 이어간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박소담은 “팔을 위로 올린 채 연기하는데 2주 정도 되니까 슬슬 통증이 오더라.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촬영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피칠갑 분장을 한 채로 잠깐 나왔는데 건물 1층에 있던 초등학생들이 기겁하길래 재빨리 화장실에 들어갔던 기억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소담은 “원래는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내 스스로 내 몸과 내 정신을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피 묻은 모습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놀라셨다고 한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도 아니고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이라 연습을 많이 하고 연기했다”고 전해 그 뚝심을 엿보게 했다.
이날 장재현 감독과 김윤석은 박소담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장재현 감독은 “여러가지 면을 도화지처럼 그릴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고, 김윤석은 “(박소담이) 케이블 타이에 손이 묶여 있어서 계속 상처나고 관절에도 무리가고 너무 힘들어 보였다. 심지어 제가 얼굴을 누르는 장면에서 집중을 도우려고 힘있게 눌렀는데 ‘눈알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소담 양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후배의 고충을 대신 전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 김윤석과 한국 영화계 스타 강동원이 ‘전우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기존 한국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장르적 시도를 통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1월 5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