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요구 ‘대변인 배석’ 끝내 거부…野 “깊은 유감“ -“대표 참석하는 회동에 대변인 배석 안한 전례 없어” -모두발언 공개 여부도 靑 22일 오전 ‘비공개’ 요구해와 -靑 회동 내용 외부 공개 꺼린 듯…지난 3월 ‘경제위기’ 설전 영향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5자 회동은 열리게 됐다. 하지만 회동 형식부터 진행 방식까지 청와대와 야당이 이견을 보이면서 회동 직전까지 진통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청와대의 5자 회동 제안을 야당이 3자로 역제안하고,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고 재차 5자회동을 제안해 야당이 결국 수용했다. 진행 방식은 막판 변수가 됐다. 야당이 요구했던 대변인 배석 문제는 청와대의 고집으로 결국 거부됐다. 이날 회동에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만 참석한다.
청와대가 대변인 배석을 끝내 거부한 배경은 무엇일까. 통상 영수회담이나 대통령과 여야대표의 회동이 있을 때면 여야 대변인은 회동 내용 기록과 이후 언론 브리핑을 위해 배석해왔다. 지도부 단위로 만날 때 정책위의장이 포함될 경우 정책위의장이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변인 배석은 관행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이다.
대변인이 배석한다고 해서 대통령과 대표간 대화 테이블에 함께 앉는 것은 아니다. 사진 촬영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 발언을 기록하기 위해 청와대 기록 담당 비서관들이 회담장 내 따로 마련된 자리에 착석하는 것처럼 대변인들도 회담장 안에 들어갈 뿐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후열배석’ 또는 ‘임석’이라고 불린다.
기록의 목적은 주로 회동 후 언론브리핑이다. 영수회담이 끝나면 청와대와 여야가 각각 따로 언론브리핑을 해왔다. 관례적으로 자신들이 한 이야기를 주로 담고 상대의 이야기를 전달하진 않는다. 따라서 각 대화 주체의 이야기를 꼼꼼히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를 기록하고 정리할 담당자가 필요한 셈이다.
야당 측은 특히 이번 회동에서는 이같은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은 특히 내용을 국민들께 알리는게 중요하다. 현재 상식적으로 (국정교과서 등에 대한) 양쪽 입장이 다른 만큼 합의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에게 양쪽 입장이 무엇인지,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알려지는 것이 굉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배석자도 없이 회담을 ‘밀실 회담’하듯이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광온 대표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이날 오전까지 현기환 정무수석 등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대변인 배석건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청와대 측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 때까지 대변인 배석에 완강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나쁜 합의보다는 좋은 결렬을 택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청와대의 입장을 수용하고 대변인 배석을 포기했다. 이 문제로 회동에 불참할 경우 야당이 스스로 대화를 거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볼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변인 배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지난 3월17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 문재인 대표의 3자회동을 연계시키고 있다. 당시 회동은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경제살리기 등 민생 현안이었다.
문 대표는 당시 회동에서 경제가 위기에 놓였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교체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또 문 대표가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전환, 법인세 인상, 전월세상한제 등을 오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대부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한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은 회동 후 각각 언론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다. 야당은 특히 배석했던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두차례에 걸쳐 기자들과 브리핑을 하며 자세히 회동 당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심기가 불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례적으로 청와대는 회동 다음날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며 문 대표의 경제위기론을 반박했다. 대화가 이뤄진지 하루 만에 서로 이야기가 틀렸다며 설전이 벌어진 셈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회담 후에 상세하게 브리핑을 한 내용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언짢아했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가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22일 오전 당초 공개하기로 했던 모두발언도 비공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미 조율됐던 내용들까지 다시 바꾸자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회담 내용이 어느 선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