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기자]물질적 성장이 삶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물질적으로 성장했지만 구성원들은 일에 치이고 공동체나 가족으로부터 고립돼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는 사회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모습은 경제 성장률 숫자와는 사뭇 대조적이기까지 하다.
▶경제성장에 삶의 질 오히려 하락= 한국은 금융위기 이래 경제지표상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경제성장률이 2010년 6.5%에 이어 지난해까지 3% 안팎을 유지했다. 반면 OECD 회원국들은 2010년 3.0% 성장한 뒤에는 1%대에 그쳤다. 그러나 성장의 밝고 힘찬 기운과는 달리, OECD가 파악한 한국인은 정서적 삶의 질이나 행복감이 낮은 수준이다.
개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OECD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점수가 지난해 5.8점으로 이전 조사(6.0점) 보다 낮아지면서 순위도 4계단 하락했다. 올해 유엔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춰 갤럽이 실시한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은 143개국 중 118위를 기록했다. 2013년 94위에서 순위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갤럽의 행복도 조사는 잘 쉬었다는 느낌, 미소 짓거나 크게 웃기, 기쁨, 존중받았다는 느낌, 재미있는 것 배우기 등 다섯 가지 경험을 했는지를 묻는 방식이었다.
▶가족·공동체 약화 모두가 외톨이= 공동체가 약해지고 개인이 파편화되고 있다.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72%만 긍정적인 응답을 해서 꼴찌를 기록했다. 이 답변은 1년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일과 삶의 균형’ 지수 순위가 33위에 그칠 정도로 일하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다. 일터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다 보니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50분 미만으로 OECD에서 가장 짧다. 아버지가 함께 놀거나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급속한 고령화 추이 속에서 노인들이나 저학력자들이 사회 관계망이 약하고 외톨이라고 느끼는 비율이 크게 높은 점은 성장의 그늘이 예상보다 훨씬 짙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려울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이 50세 이상에서는 60.9%로 떨어졌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자에서는 53.0%까지 추락하면서 OECD에서 학력에 따른 격차가 가장 컸다.
▶삶의 만족도 높이는 경제정책 필요= 이번 삶의 질 조사 결과는 결국 사람들이 너무 경쟁에 내몰렸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 정책에서 성장도 무시할 수 없는 목표지만 일과 노동시간 균형과 공동체 회복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의 1인당 GDP 규모가 OECD에서 19위인데 삶의 질 관련 항목에서 순위가 크게 낮은 부분들은 보완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 OECD대표부 주재관을 지낸 한국은행 김석원 차장은 “OECD의 취지는 경제성장률 지표 외에 삶의 질에도 관심을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 보고서 부제가 ‘GDP를 넘어서’였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OECD는 오랜 시간 일하는 문화를 바꾸고 근무시간 유연성 확대, 성별 등에 관계없이 성과에 연동해 보상을 하면 일과 가족생활간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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