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김희은 기자] 전직 '요정'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성유리는 2002년 SBS 드라마 '나쁜 여자들'을 시작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쳤지만 그때마다 '발연기' 수식어는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이후에도 숱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어느덧 13년이 흐른 지금, 비 온 뒤 땅이 굳 듯 그녀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한층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영화 출연, 유난히 기회가 없었어요" “영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제일 제가 접하지 못한 장르가 영화였어요. 드라마도 찍고 예능도 많이 찍었고 MC 경험도 있는데, 유난히 영화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작품이 들어왔을 때 너무 좋았죠” “처음에는 옴니버스식이라서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어요. 영화지만 세 파트로 나뉘니까 부담감이 적지 않을까 기대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까 이야기가 분산되고 감정선이 급격히 점프해야하는 순간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만일 장편이었다면 태영과의 멜로라인도 의구심이 덜 생길 만큼 쌓이는 감정이 있었을 텐데 세 배로 어려웠던 거 같아요”“감독님께서 ‘편집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편집하시더라고요.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이셔서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1년 정도의 후반 작업을 거치셨어요. 왜 또 타이밍이라고 하듯이 호흡이 길어지면 덜 웃기잖아요. 스피디한 템포를 위해서 감독님이 과감하게 삭제하셨는데 오히려 더 재미있었어요” 극중 까칠한 여배우 '서정' 역으로 분한 성유리는 그간 이미지와 사뭇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막장 연기'를 통해 망가짐을 불사하는가 하면, 까칠하고 도도하기 짝이 없는 '서정' 캐릭터를 위해 거침없는 '센 언니' 매력을 발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성유리는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맛깔나게 표현해냈다.

“희극배우, 제일 어려운 파트라 생각해요" “사실 저는 희극배우가 제일 어려운 파트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울리는 것은 감정만 건드리면 모두 공감하고 울 수 있지만 유머 코드는 다 다르거든요. 자칫 잘못하면 유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제일 어려운거 같아요. 또 제일 긴장해야 하는 연기인 것 같아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번 작품은 웃긴 설정을 할 때 ‘웃겨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는 진지해, 나는 정말 웃기지 않아’라는 마음으로 임해서 더 웃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게 더 어울렸던 거 같아요. 주변 분들이 워낙 설정이 바뀔 때마다 애드리브를 치시니까 웃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죠 (웃음)”그간 성유리는 참 꾸준히도 달려왔다. '토끼와 리저드'(2009) '누나'(2012년),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2014) 등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 출연 역시 마다하지 않으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리고 최근, 2003년 드라마 '출생의 비밀' 이후 약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그녀는 드라마가 그립다며 운을 뗐다.

"조금씩 드라마가 그립기 시작했어요"“한 2년 됐나요. 드라마가 조금씩 그립기 시작했어요. 재밌는 드라마를 보면 '내가 했으면 참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tvN 드라마 ‘풍선껌’에서 려원씨가 달달한 또래와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좋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드라마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빨리하고 싶어요 (웃음)"그간 성유리의 연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항상 밝기만한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배우 성유리가 안고 있는, 어쩌면 앞으로 연기 인생에 있어 안고 가야 할 고민거리는 무엇일까.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성유리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고민이더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연기, 하면 할수록 어려워서 고민이죠"“일단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게 고민이에요. 배우들은 일을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또 언제 내가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공백기가 있어요. 그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다면 꿀 직업일 텐데. 그 쉼이 일 할 때보다 초조해요”“그런 와중에 지진희 선배님께서 ‘배우는 그냥 사는 게 공부야’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작품 오래 쉬니까 불안해요’라고 했더니 ‘불안하고 초조한 게 공부야. 니가 아무것도 안하고 허송세월 보낸 거 같지만 분명히 배우는 부분이 있을거다’라고 해주시니까 조금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전작보다는 변화가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참 신기한 게 제가 '어린왕자'라는 책을 좋아해요. 초등학교 시절에 읽었을 때는 참 재미없고 '이런 이상한 책이 다 있냐'고 생각했는데 중학교 때 읽으니까 한참 사랑이야기가 제일 흥미있는 시절이라 그런지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성이 되게 좋더라고요. 또 나이 먹어서 읽어보니까 ‘아 진짜 세상에서 제일 슬픈 아이가 어린왕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굳이 연기 변신을 하지 않아도 마인드가 바뀌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변하면 그게 연기변신이 아닐까 생각해요”어느덧 13년 차 배우에 접어들었지만, 성유리에게도 꾸준한 연기 변신은 숙명일 터. 최근 최지우, 최강희 등 3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엄마 역할에 도전하고 있는 추세이니 만큼 성유리 역시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립영화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2014) 출연 당시 성유리는 아기 엄마 역할을 선보인 바 있지만, 되려 앞으로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엄마 역할,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사실 요즘 최고의 이슈가 그런 부분이에요. 전작에서 아기엄마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때만 해도 뭣 모르고 시작했어요. 정말 여태까지 했던 역할 중에 가장 어려웠어요” 모성애가 글로 읽는 것과 표현하는 게 헛도는 거 같았어요““그럴 때마다 작가님께 전화해서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털어놓으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좀 더 잘했어야하는데’ 하는 죄책감도 생겨서 그 후로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또 애엄마 역할의 물꼬를 트니 정말 수없는 애엄마 역할이 들어오더라고요 (웃음). ‘전처럼 잘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두려움도 생겨서 지금 최고의 고민은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사진=박푸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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