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제정치의 현실은 냉엄했다.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하면서도 한국이 요청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4개 핵심기술 이전은 단호히 거부했다.
미국의 입장 번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민구 국방부장관까지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따라나서며 임한 ‘보여주기식’ 협상이 빚은 촌극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보여준 환대는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미국은 1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 국방부(펜타곤)을 찾은 박 대통령을 16분간의 ‘공식의장 행사’로 맞이하는가 하면 외국정상에게는 이례적으로 일렬로 늘어선 한미 장병들 앞을 지나가며 격려하는 로프라인 미팅을 허용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미국은 자신의 국익과 직결된 KF-X 핵심기술 이전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한 장관이 KF-X 사업을 위한 기술이전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자 “조건부 KF-X 4개 기술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동맹이 중요하긴 하지만 다기능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교란(RF Jammer) 등 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은 자국의 기술보호정책 차원에서 이전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4개 핵심기술과 이를 전투기와 체계 통합하는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고 이전된 사례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카터 장관에게 4개 핵심기술 이전을 요청하면서 해당 기술이 제3국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KF-X 사업에 공동참여하기로 한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카터 장관은 조건부 기술이전도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방미 직전 핵심이슈로 부각된 KF-X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도 퇴색되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군 예비역 준장인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은 “우리가 줄게 없는데 받으려고만 하니 일이 되겠느냐”며 “지난 2013년 차기전투기를 선정할 때 보다 멀리 보고 전략적으로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장관과 카터 장관은 KF-X 사업협력을 포함해 방산기술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미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협의체에서는 4개 핵심기술 이전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한국이 요청한 공중급유 설계기술과 선진 비행제어법칙 개발 기술 등 21개 기술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공동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는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1개 기술 이전과 관련해서는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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