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룰’-野 ‘재신임’에 집중하며 국감 관심도↓ -역대 최대 피감기관ㆍ증인 채택하고도 ’무기력‘ -전문가 “국감 성적 ‘D학점’…국감전담팀 만들어야”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여당은 뻔뻔했고 야당은 무기력했다.”
오는 8일 막을 내리는 19대 마지막 국정감사에 대한 관전평이다. 여당은 정부 대변인을 자처했고, ’국감의 중심‘인 야당은 의지도 능력도 실종된 모습이었다. 총선을 앞둔 국회는 좀처럼 국감에 집중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여야 당대표가 공천전쟁과 재신임 정국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국감은 뒤로 밀렸다. “여야 대표가 스스로 망친 헌정 사상 최악의 국감”(이광재 메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 사무총장)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여야 당 대표가 밀어낸 국감…총선 앞둔 ‘정쟁’만 난무=이번 국감은 8일 각 상임위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감기관(780여개)에, 롯데 신동빈 회장 등 굵직한 기업인 증인도 대거 출석했지만 ‘빈수레만 요란한 꼴’이 됐다.
가장 큰 패인은 총선을 앞둔 국회의 자충수다. 여야 모두 집안 싸움에 정신이 없었다. 김무성 대표는 친박 세력과 공천룰 전쟁을 시작했고,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 관철과 재신임 정국 돌파를 위해 당력을 집중했다. 당 대표가 스스로 국민의 시선을 국감에서 정쟁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적 공세가 더해지면서 정책은 뒷전이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의 마약 수사,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공방은 법사위 국감 전체를 집어 삼켰다. 김 대표 사위건은 다수가 ‘의혹’ 수준이었고, 박 시장 아들 건은 이미 공개검증과 법원 판결로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내용들임에도 의미 없는 공방을 이어간 셈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7일 통화에서 “이번 국감은 총선을 앞두고 정책이나 본질을 벗어난 정치공방이 주를 이뤘다. 예년보다 정치 공방이 더 심했다”고 평가했다.
▶이슈도, 스타도 없었다= 국민의 이목을 끌만한 이슈도 만들지 못했다. 국감 전부터 핫이슈였던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을 국감장에 출석시키는 성과를 이뤘지만 정작 국감은 ‘맹탕’으로 진행됐다.
증인 채택을 두고 날을 세우던 야당 의원들은 정작 신 회장 앞에서 화기애애했고 신 회장은 ‘동문서답’했다. 국민들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을 증인으로 세우고 질문 수위를 조절해주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잇속을 챙긴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보내기도 했다.
롯데 이슈 뿐만이 아니다. 노동개혁, 전월세 대란, 청년 고용 정책 등 민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대안 제시도 없었다. 국방위에서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로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 정도가 몇 안되는 이번 국감의 성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무기력한 야당’에서 찾는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7일 통화에서 “국감은 야당 몫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은 야권이 스스로 분열하는 과정 속에서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다”며 “야당이 (국감에서) 무기력하다는 것은 야당이 당연히 해야할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국감은 D학점”…국감전담팀 구성 등 대안=국감 과정을 모니터링 해온 국감NGO모니터링단, 바른사회시민회의, 메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는 한 목소리로 “이번 국감의 성적은 D학점”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상시국감체제 ▷국감전담팀 구성 ▷국감과 총선 연계성 강화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옥남 실장은 “지금의 국감은 시간은 짧고 다룰 이슈는 많아 결국 폭로성, 이벤트성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상시국감을 도입해 국회가 행정부 감시 역할을 평소에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국회 또는 정당 차원의 국감전담팀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사무총장은 “정책보좌관이 혼자 국감을 준비 하는 형태로는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 해외에는 국감을 보조하는 국감전담팀이 존재한다. 1000명 가까운 규모다”라며 “중립적인 국감전담팀을 만들어 상시적인 준비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국감에 더 집중토록 하기 위해 국감 활동 평가를 총선 정보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메니페스토실천운동본부는 이를 위해 19대 국감을 분석, 평가해 내년 총선에 각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도록 앱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사무총장은 “국감이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어야 의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