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뀔 때마다 잇단 ‘정치권 외풍’ 의혹 낙하산인사→이권청탁→외압→뇌물ㆍ도급업체 편법수주 ‘악순환 고리’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으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민영화된 옛 공기업’의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 뿐만 아니라 특별한 주인이 없는 KT&G, KT 등도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 중심으로 민영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에 개입하거나, 고위 임원에 자기 사람을 심은 뒤 댓가성 뇌물을 받거나 하도급업체를 내세워 편법으로 공사를 수주받거나이권을 챙기는 등의 악습을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와 KT의 경우 각각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완전 민영화됐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지만 별도의 정부 지분은 없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민영화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바 있다.

5일 사정당국과 재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와 KT는 ‘정치권 외풍’에 의해 고위 경영진 인사가 좌지우지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포스코는 고(故) 박태준 전 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불화설로 1992년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후 선임된 회장들이 검찰 수사와 불명예 사퇴를 반복하면서 역대 회장 가운데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2003년 회장에 오른 이구택 전 회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하려고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중도퇴진했고, 유상부 전 회장도 2002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유 전 회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KT 역시 사정 칼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남중수 전 사장이 정권 교체 이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퇴했고,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110억 상당의 배임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반면 지난 2002년 민영화 된 KT&G의 민영화 후 경영난을 겪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꾸준한 해외 실적 개선을 이뤄왔다. 낙하산 인사로 경영이 악화된 일부 민영화 기업과는 대조적으로 꾸준히 내부 출신 CEO가 회사를 이끌면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전ㆍ현직 임원들이 비리 혐의에 연루되면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지난 2일 서울 강남 KT&G 본사와 계열사인 소망화장품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 중심이 민영진(57) 전 사장을 포함한 회사 수뇌부로 옮겨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민 전 사장은 소망화장품을 인수ㆍ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민간 조합으로 공기업 성격을 띠고 있는 농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리솜리조트에 대한 부당대출과 NH개발의 특정업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사정 칼날이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농협 협력업체에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경주 안강농협 전 이사 손모(6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손씨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농협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납품단가를 더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물류업체 A사에서 2억1311만원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손씨는 최 회장과 경주 안강초등·중학교 동문으로 최 회장이 경북도의회 의장으로 재직한 2002∼2004년 운전기사로 일했다. 최 회장의 부인 손모씨와 식당을 동업하는 등 가족과도 가깝다.

검찰은 손씨가 이권에 개입한 농협 협력업체가 더 있다고 보고 지난달 23일 인쇄업체 S사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농협에서 65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신상수(58) 리솜리조트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NH개발 협력업체의 뒷돈을 받은 농협중앙회 직원 성모(52)씨를 구속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민영화 공기업을 일종의 전리품 쯤으로 여겨왔던 경향이 강했다”며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 임명에 관여하고, 사업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이득을 챙기려 하면서 결국 검찰 수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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