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와 유통업계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한다는데 ‘검은 금요일’은 어디에 있죠?”
오는 10월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전국적인 동시다발적 세일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질문이다. 이번 세일행사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흉내낸 일종의 소비캠페인이지만 곳곳에서 의문점이 발견되는 등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많다.
전국의 2만6000여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이 참여하는 이번 캠페인으로 ‘소비 붐’이 조성될 경우 우리경제도 활력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는 큰 차이가 있어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의문시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최대 기념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실시되는 세일행사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거쳐 연말까지 약 1개월 동안 미국 연간 소비의 20% 정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정착하는 데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1939년 소비진작과 경제부흥을 위해 추수감사절 날짜를 11월30일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바꾸어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하도록 유통업체의 세일 행사를 지원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날을 기다렸다가 백화점과 할인점 등으로 몰려가 쇼핑에 나선다. 그 동안 참아왔던 ‘쇼핑 욕구’를 이날 발산하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도 물량을 충분히 비축하고, 가격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한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는 대형 쇼핑몰이 열리기 전에 소비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문이 열리자마자마 경쟁적으로 매장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품질과 가격할인을 신뢰하기 때문에 이날 쇼핑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이라는 심리도 팽배한다.
이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슷한 사례로 영국의 ‘박싱데이(Boxing Day)’가 있다. 성 스테판의 날인 12월26일 휴일을 활용해 유통업체들이 세일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는 26일이 일요일일 경우 27일을 박싱데이 공휴일로 지정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인위적인 관광 및 쇼핑이벤트로는 두바이의 쇼핑 패스티벌(DSF)이 있다. 두바이 정부가 1996년 소매업 진흥을 위해 시작한 대표적인 쇼핑관광 이벤트로 매년 1월1일부터 한달간 진행된다. 이외에 각국이 소비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용어부터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은 10월1일부터 14일까지로 ‘검은 금요일’과는 거리가 멀다. ‘쇼핑 페스티벌’ 또는 ‘코리아 세일’이 성격에 맞다.
대규모 세일행사가 성공을 거두려면 가격에 대한 믿음이 필수적이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 평소에 구입하고 싶었지만 가격부담 때문에 구입을 망설여야 했던 품목의 가격을 절반 또는 그 이하로 판매해야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의 할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50~70%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할인 전에 가격을 크게 올렸다가 할인기간에 내리는 경우도 많다. 재고상품을 떨이 판매하는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업체들이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였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주도하다보니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이번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동안 소비부진으로 애를 먹었던 유통업체들도 기지개를 펴고,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해 서로 윈-윈하는 행사가 되려면 좀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