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이러다 ‘무대’(무성 대장)마저 끌어내리는 거 아냐?”
지난 1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의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자 한 원내 관계자는 우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과정에서 벌어졌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당ㆍ청 간 전화통화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사전 상의했다”, “사전 상의한 것은 사실이나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우려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란 표현은 기억이 없다”. 김 대표와 청와대 사이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수세에 몰린 듯 김 대표는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청 갈등은 숨고르기에 들어섰지만 친박계는 ‘박심’(朴心)을 거스른 김 대표와 그 측근들의 책임을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수직적 당청관계다. 내년 총선의 ‘공천 룰’을 청와대 지시를 받아 당이 결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당이 충분히 재량권을 가질 일이지 청와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할 일이 아니란 것이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반대에도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시각엔 여당을 청와대의 ‘2중대’로 여기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지금 김 대표가 처한 현실은 김 대표가 자초한 일이란 지적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 이후 당청 관계가 수직적 상하 관계로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당시 재의결 표결에 불참하면서 사실상 ‘2중대’임을 자인했다. 또 박 대통령이 유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자 원내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려, 마치 군신관계처럼 대통령 앞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전 원내대표를 감싸던 김 대표는 마지막에 친박의 손을 들며 자진사퇴를 이끌어냈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에 대해 “김 대표와 ‘순망치한’ 관계에 있던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날 때 다음 표적은 김 대표라는 게 이미 예견된 수순 아니었나”라고 했다.
기울어진 당청 관계의 수평을 맞추는 일은 김 대표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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