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증권사들의 ‘게으름 리포트’ 관행이 여전하다. 하루 적게 잡아도 몇백억원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증권시장에서 담당(커버)하는 기업에 대형 이슈가 터졌지만, 투자의견 수정이나 목표주가 변경은 없다. ‘못 믿을 기관’이란 개미 투자자들의 비판에 증권사들이 할 말이 없게 생겼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표류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급전직하했다. 고점대비로는 35% 가량, 이슈가 터진 이후로는 20% 넘게 급락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올해 3월 KFX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7월에는 개발사업자로 확정됐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급등했다. 증권사들은 한국항공우주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그러나 내려야 할 때는 주저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KFX 사업이 무산될 경우 오는 2020년까지 한국항공우주의 매출 손실은 1조32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KFX사업이 1~2년 지연될 경우엔 2020년 KAI 매출은 5700억원가량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와있다. 시가총액 6조6000억원 규모의 기업이 KFX 사업 하나로 입어야할 매출 피해는 천문학적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증권사들은 한국항공우주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9월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리포트를 낸 증권사들은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 14만원, KTB투자증권 12만원, 한양증권 11만원, 동부증권 12만5000원 등이다. 전날 한국항공우주의 종가(6만7900원)를 고려하면 차이가 많게는 40%에 이르는 것이다. 그나마 대신증권은 이날 목표가를 1만원 낮춘 10만원으로 하향했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증권사들은 올들어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터질 때에도 목표가를 수정치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5월 내츄럴엔도텍 사태 때에도 증권사들은 2주일 동안이나 목표가를 수정치 않았다. 10거래일 넘게 주가가 하한가로 곤두박질 칠 때에도 증권사들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매수 의견’을 수정치 않았다.

올해 7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발생했을 때에도 증권사들은 상당기간 동안 목표가 수정에 뜸을 들였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불거진 대형 이슈에는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내츄럴엔도텍 사태는 증권사들이 알기 어려운 이슈였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분식의혹은 있었지만 ‘빅배스(실적 악화를 전임자에게 떠넘기기)’ 논란도 함께 있었고, KFX사업 역시 증권사 개입 여지가 적었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