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배달시간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인도를 이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딱지를 떼이고, 법규를 지키면 ‘왜 이렇게 배달이 늦느냐’고 손님들과 업주에게 타박 받기 일쑤입니다. 우리 보고 대체 어쩌란 겁니까”
경찰이 오토바이의 인도(人道) 주행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음식점 배달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석달간 오토바이 법규위반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주행을 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업주도 범칙금을 물게 하는 등 단속 의지가 강하다.
경찰은 이처럼 단속 의지를 높인 이유에 대해 시민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지난해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총 4253건 발생했는데, 이 중 인도 위에서 일어난 사고는 6.6%(280여건)을 차지했다.
이 같은 단속 강화 방침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토바이로 음식을 날라야 하는 배달원들은 여의치 않은 자신들의 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에서 중국 음식 배달을 하던 김모씨는 오토바이로 인도를 주행하다 경찰에 범칙금 4만원을 물었다.
그가 하루 13시간을 일을 하고 받는 돈은 8만원. 이날, 일당 절반이 날아간 김씨는 “인도로 난폭 운행을 한 것도 아니고 서행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고 조심조심 갔는데도 딱지를 끊겼다”며 “불법인 것은 맞지만 어디 호소할 데도 없고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불법 안 하고 배달을 5분만 늦게 가면 손님들은 뭐라고 하시면서 짜증을 내고, 빨리 배달을 하면 딱지를 떼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배달원들은 어디 숨막혀서 살겠느냐”고 말했다.
강북구의 한 음식점 배달원 박모(27)씨는 “손님이 기대하는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때도 있고 인도 위에 오토바이를 세워야 할 때도 있다”며 “신호위반이나 헬멧 미착용 등이 아니라면 그 지역 특성과 상황을 살펴 넘어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돈가스집 배달원 양모씨는 “업주도 벌금을 물리게 한다지만 일부 업주는 ‘안 걸리게 요령껏 타라’는 말밖에 안 한다”며 “한 업주는 자신에게 범칙금이 나오자 배달원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내라’고 다그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오토바이 인도주행에 위협감을 느낀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배달시간을 채근하는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북구에 근무하는 회사원 유모(36ㆍ여)씨는 “단속과 처벌은 그때만 효과가 있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배달시간에 쫓겨 목숨을 잃는 사고도 계속 발생하는 만큼 배달원들이 법규를 위반하지 않게끔 배달시간을 재촉하지 않는 우리들의 손님 문화를 바꾸는 것 자체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