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벌써 2년하고도 9개월이 지났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겨울 밤. 그날 밤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선거 캠프에서, 여의도에서, 또 술집에서 개표방송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대한민국 곳곳은 환호성으로, 탄식으로 뒤덮였습니다. 환호성과 탄성이 교차한 그날, 18대 대선일입니다.
어느 대선이나 희비가 엇갈리지만, 그날 한반도는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안철수ㆍ문재인 후보 단일화를 거쳐 그 어느 때보다 선거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당시 투표율은 75.8%입니다. 그로부터 5년 전 이명박ㆍ정동영 후보가 격돌한 17대 대선(6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도 투표율은 70.8%입니다.
2012년 대선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열망도 그에 맞서 정권 사수에 나선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높은 투표율이 그 열기를 방증합니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당시 두 후보의 득표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51.6%로 당선됐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8%로 석패했습니다.
새삼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 대통령, 문 대표가 얻은 득표율입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99.6%입니다. 17대 대선을 볼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48.7%, 정동영 후보는 26.1%를 기록했습니다.
양당제의 한국 정치이지만 박 대통령과 문 대표, 두 후보는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당선된 박 대통령도, 떨어진 문 대표도 그랬습니다. 유권자 100명 중 99.6명은 이들 두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9개월이 지났습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절반이 지나 험난한 여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태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당청갈등 등을 거치며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최근 방중외교를 계기로 반등했지만 2주가 지나자 컨벤션 효과가 걷히면서 다시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문 대표는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48%의 지지를 받았던 문 대표이지만 지금 내외부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습니다. 재신임 투표 카드를 던졌지만 이마저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힌 형국입니다. 좀처럼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99.6%. 사실상 유권자 대부분은 이 두 정치인 중 한 명을 택했는데, 요즘 주변을 보면 마치 꿈 같습니다. 박 대통령도, 문 대표도 싫다는 이들만 가득합니다. 99.6%는 마치 신기루 같습니다.
한 정치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불과 2년 9개월 만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번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회의원의 신뢰가 최하위”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습니다. 다시 국민에게 정치를 돌려주는 정기국회가 되자는 당부였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이번에도 국민의 외면을 받을 위기입니다. 각종 현안이 충돌해 국감은 파행을 거듭하고, 야당은 심지어 지도부 교체 위기까지 불거졌습니다.
의원들은 수 틀리면 국감이든 본회의든 ‘보이콧’이라도 하는데, 국민은 정치를 ‘보이콧’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합의의 정치는 건전한 토론의 장은 요원해 보입니다.
2년 9개월 전. 99.6% 중의 한 명이었던 당신의 한 표는, 지금 안녕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