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진료 작년 10만명 넘겨 재범률 30%, 일반 범죄자의 2배 스트레스 취약한 사회시스템 원인 범죄 예방 적극적 제도마련 필요

#1. 정신분열증(조현병)을 앓던 중국 국적 김모(26)씨는 지난 4월 밤길을 가던 A(18)군을 칼로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아무 이유 없는 ‘묻지마 범죄’였다.

#2. 올해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선 B(여)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소방과 경찰이 출동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웃들은 “평소에도 고성을 지르고, 대문을 걷어차는 등 이상한 행동으로 동네를 불안하게 하더니 끝내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정신 이상자나 장애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을 끌어안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재범률이 일반 범죄자의 2배에 달하는데도 치안 당국의 관리가 허술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7일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이상 및 정신장애 범죄자 수는 2012년 5298명, 2013년 5858명, 2014년 6265명으로 3년새 18.3% 증가했다.

유형별로 살인 188명, 강도 118명, 강간 및 추행 1136명, 방화 333명, 절도 4432명, 폭력 5446명, 기타 5768명이었다.

강간 및 추행, 방화, 폭력범죄가 늘어난 게 특징이다.

이들 범죄의 증가는 정신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 추세를 반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료인원은 2010년 9만4000명에서, 작년 10만4000명으로 4년새 10.6% 증가했다.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을 사회가 보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의 발병 원인 생물학적이지만 그 병을 촉발ㆍ악화시키는 것은 사회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즉, ▷사회가 개인을 압박하는 스트레스의 전반적인 증가 ▷보살핌 없이 혼자 지내는 등 가족 시스템의 붕괴 ▷당국의 지원 미비 등 사회적 지지 체계 부실 ▷관리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보건의료 체계 미비 등이 범죄 증가의 구조적 배경이란 것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과 개인주의 심화 등 사회적 불안전성은 심리적 불안정성을 높이기 마련”이라며 “이것은 ‘묻지마 범죄’, ‘보복 운전’ 증가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했다.

정신이상과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건 우리 사회에 ‘시한폭탄’을 늘리는 것과 같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장애 범죄자 재범률은 2013년은 30.4%, 2014년은 28.8%로 지난해 전체 범죄자 재범률(15.9%)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재범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절도(47.1%), 강도(28.6%), 폭력(23.9%) 등의 순으로 높았다.

지역별로는 부산(33.4%) 경남(33.3%) 울산(30.2%) 서울(30.1%) 등 4개 지역의 재범률이 30%를 웃돌았고, 대전(20.4%) 경북(22.1%) 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치안 당국은 명백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성북구 주택가 방화범 B씨의 이웃이라고 밝힌 송모씨는 서울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평소 B씨가 병을 집어던져 다치는 등 문제가 있었고, 이번엔 방화가 일어났는데도 출동한 경찰이 B씨를 경찰서로 데려가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처벌을 하거나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지만, 불안한 이웃을 옆에 둔 주민들은 “누가 죽거나 크게 다쳐야만 조치를 취하는 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상진 건국대(경찰학과) 교수 역시 “범죄 예방활동도 경찰 의무”라며 “평소에도 지역 경찰(지구대, 파출소)을 활용해 이들이 범죄까지 나아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경찰이 시민안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남춘 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받은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및 이해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묻지마 범죄 피의자 48명 가운데 36명(75%)은 범행 당시 무직이었다. 11명은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 종사자였다. 전체 중 10명(20%)은 고정된 주거지가 없었고, 25명(50%)은 동거인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