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요즘 인터넷을 보면 부쩍 ‘국개의원’이란 단어가 눈에 띕니다. 국‘개’의원이라 표시한다면 좀 더 이해가 쉽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부연 설명이 꼭 필요할까요? 풍자를 넘어 분노까지 느껴지는 안타까운 사회상입니다. 그 정도로 정치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습니다. 불신은 이성ㆍ논리를 앞섭니다. 일단 들어야 대화가 될 터인데, 들을 이유조차 없다는 반응이 줄을 잇습니다. 국민과 국개의원 간에, 사람과 동물 간에 대화가 가능하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 지경이 됐습니다. 사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보면 이런 비난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지만, 정치인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습니다. 24시간 긴장 속에 사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마 국가에 보탬이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버티는 의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속사정까지 국민이 알 리 만무합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알 이유도 없습니다. 국민은 의원 개개인을 보는 게 아니라 국회를 바라봅니다. 국회의 정치를 바라봅니다.

최근 국회를 보면 ‘국개’란 말을 반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느 하나만 예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습니다. 최근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공방을 벌이는 사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어느 하나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국가정보원 해킹 파문이 일었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국민은 국정원이 국민을 상대로 해킹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야당은 전담 위원회까지 꾸렸고, 여당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고 야당을 공격했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을까요?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그렇다고 의혹을 완전히 지울 만큼 명확한 해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당은 야당에, 야당은 여당에 책임을 묻습니다. 그래서 국민은 묻습니다. 결론이 무엇인지요? 기승전(起承轉)까지는 항상 대단한데, 결(結)이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말싸움뿐입니다.

국회법개정안이 뜨거웠습니다. 국회법개정안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와대의 반발 이후 입장을 선회했고 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입법권과 행정권, 국회와 청와대의 권력 구조를 다시금 살펴보자는 문제제기도 나왔죠.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그 뒤론 잠잠할 따름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첨예하게 논란이 인 공적연금 개혁작업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국정원 논란 후속으로 이어진 특수활동비는 어떤가요? 본회의를 파행으로 이끈 사안인데, 계속 말만 이어집니다. 국정원에 앞서 의원들부터 공개하자고 하고, 또 누가 먼저 공개하라, 이런 설전도 오갑니다. 야당은 특수활동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하고, 여당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검찰 수사를 겨냥한 정략이라고 반발합니다. 특수활동비를 놓고 여야가 벌이는 설전을 모두 따져보려면, 국정원 논란과 국회의원 업무추진비, 한 전 총리 수사 경위 및 결과 등까지 모두 따져봐야 할 형국입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내놓고 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이를 믿지 않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 제대로 논의조차 못 했습니다.

이 역시 여당은 야당의 책임을, 야당은 여당의 책임을 묻습니다. 이견이 있다면 논의하고 토론해 조율을 거치는 게 국회의 역할입니다. 다른 생각을 조율할 수 없다면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을 대신해 다양한 생각의 접점을 찾는 게 국회의 역할입니다. 야당은 억지만 부린다는, 여당은 얘기가 안통한다는 변명은 스스로 국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변명입니다.

국민은 ‘결(結)의 정치’에 목말라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국회의원의 신뢰가 최하위”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습니다. ‘국개’가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개의원’이 아닌 ‘국회의원’을 기다리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