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이끄는 유럽 좌파 정당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던 좌파 정당들이 직접 노동 개혁을 이끌어 위기 극복에 나섰다.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청년 고용이 침체되는 등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자 이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파업이 잦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집권 사회당이 노동법 전면개정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 예다. 주 35시간 근무제 혁파에 나선 사회당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피고용인의 근무시간과 계약조건을 정하도록 하고, 노동법을 간소화해 고용 유연성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혔다. 국민들도 힘을 보탰다. 현지 언론이 이번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노동시간과 조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중도좌파 성향의 마테오 렌치 총리를 필두로 한층 급진적인 개혁에 나섰다. 법원이 불법 해고로 판결할 경우 바로 복직시켜야 하는 노동법 법안을 개정하고, 정규직처럼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대신 해고요건을 쉽게 한 ‘중규직’도 도입했다.

유럽 좌파 정당들의 변화에는 청년 실업이 큰 몫을 했다. 고령화된 노동자층이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고용탄력성이 낮아지자, 해고를 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청년 고용문을 막아 버렸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해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용탄력성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더불어 ‘귀족 노조’의 전횡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고임금 고복지를 누리는 노조 이기주의를 뒷받침해 주다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고, 정치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커진 것이다.

일명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 자기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것 또한 주목된다. 핀란드에서는 중도우파 정부가 지난 8일 경제 회복을 위해 공무원의 유급 휴가를 크게 줄이는 개혁안을 내놨다. 개혁안은 유급 공휴일을 기존 38일에서 30일로 줄이는 방안과 병가 시 지급하는 급여 삭감, 연장근무 수당 일요근무 수당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노동 개혁 시행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사례도 맥을 같이 한다. 구제금융 신세를 졌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동 협약 체결을 가능하게 하고 해고 요건도 완화하는 등 개혁에 나서 이를 극복했다. 경제성장률도 양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2.5%와 1.6%로 1.2%를 기록한 프랑스와 0.5% 전망치의 이탈리아와 비교해 뚜렷이 높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