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론 비등ㆍ불법증자 의혹도 제기
[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한일협력의 상징이던 ‘부관(釜關)훼리’가 취항 45년만에 경영권이 일본기업으로 넘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선 해양수산부가 직접나서야 한다는 정부 역할론이 비등하고 있다.
또한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의혹이된 불법증자 문제와 압류권을 가진 은행이 경영권 이전을 방치한 이유 등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부산지역 상공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관훼리’는 지난 1967년 한일 국교 정상화에 따라 그동안 정체됐던 양국의 물적, 인적 교류의 필요성을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의 시장과 상공인들이 인지하고 성사시킨 대표적인 협력사업으로 탄생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시장과 상공회의소 강석진 회장(동명목재), 왕상은 부회장(협성해운 회장)이 주축이 되고 일본에서는 시모노세키 시장, 상공인들이 나서 항로개설 필요성을 양국 정부에 건의해 1967년 한ㆍ일각료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해 성사됐다.
이런 절차를 거쳐 양국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한국은 ‘부관(釜關)훼리’, 일본은 ‘관부(關釜)훼리’를 각각 세워 50 대 50 공동 출자ㆍ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하에 허용된 사업이다.
이처럼 양국의 우호협력을 중시하던 한일간 훼리사업이 사실상 일본측 독점운영체제로 변하면서 설립 취지와 국민 정서에도 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관훼리㈜의 지분상태를 살펴보면 증자를 통해 일본기업 라이토프로그레스가 52.14%의 지분을 차지했으며, 재일동포 출신의 창업자 정건영 회장(2002년 별세)의 아들(23.80%)과 딸(23.80%)이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이 과정이 불법 증자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건영 회장 별세 이후, 경영이 악화되자 초기 자본을 빌려줬던 A은행측이 재판을 통해 부관훼리 지분권을 압류한 상태였고, 최근 은행측의 동의없이 증자가 이뤄졌다면 명백히 불법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매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A은행 도쿄지점이 이같은 상황을 알고서도 방치했다면 자금회수를 위해 경영권 매각을 눈감아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부관훼리측 관계자는 “불법증자 의혹에 대해선 법률적인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은행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부관훼리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정 회장의 아들인 사또유지 대표 이외에 일본인 한 명을 공동대표로 선임했으며, 한국인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한 현재 국적선사로 분류돼 정부로부터 전용선석 배정, PILOT(파일럿) 면제, 과거 웨이버 면제 등 선박 운항에 따른 각종 특혜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일본인이 경영권 독점하고 있는 부관훼리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운항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부관훼리는 국가의 위기가 발생하면 동원선박으로 전시물자를 수송하는데 일본인이 경영할 경우 보안상 문제점도 있다”면서 “아울러 일본의 파트너사인 관부훼리의 경우 부관훼리와 완전히 별개의 법인으로 현재 한국인이 절대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관훼리 출범을 주도했던 왕상은 협성해운 회장은 “설립 당시의 취지를 돠살리자는 차원에서 부산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경영권을 인수해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