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매일 얼굴이 달라지는 남자, 그 사람이 당신이 사랑하게 된 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뷰티 인사이드'는 독특한 판타지 소재로, 제목 그대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멜로 영화다. 우진을 연기한 배우들은 총 123명, 그 중 박서준, 천우희, 김상호, 이진욱, 박신혜, 유연석, 이재준, 이현우, 우에노 주리, 오달환, 김주혁, 고아성 등 21명의 배우들이 출격했으며, 그들이 사랑하는 여자 이수를 한효주가 연기했다.
2012년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 필름 'The Beauty Inside'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뷰티 인사이드'로 첫 영화 연출에 도전한 백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백감독은 1990년대부터 다수의 TV 광고 제작과 영화 '올드보이', '설국열차' 등 타이틀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이미 광고계에서는 굵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를 본지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나 '뷰티 인사이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 감독에게 '뷰티 인사이드'는 첫 영화 입봉작인 만큼 중요한 작품이었다. 원작이 있는 '뷰티 인사이드'를 원작과의 차별화도 신경써야 했고, 또 광고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는 인물간의 감정, 에피소드도 만들어내야 했다. 손이 다른 작품보다 더 많이 가는 것은 물론, 원작이 영화화된 작품은 호평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백 감독은 '뷰티 인사이드'였다.
"매력 있는 소재였기 때문에 차용했습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둘이 과연 어떻게 만나게 될까, 갈등이 생긴다면 어떤 이유의 갈등일까 등, 원작에 없던 고민을 영화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려 했습니다.'
"원작에서 가지고 온 것들은 등장인물들의 설정, 그의 직업, 그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 그런 기본적인 알리바이에 굉장히 많은 호감이 있었어요. 그 부분들은 수평이동을 시켰고, 둘이 재회하는 방법, 재회하는 과정, 고민하는 모습들은 원작에 대해 영향을 받았어요."
'뷰티 인사이드' 속 한효주는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을 사랑하는 이수를 연기했다. 한효주는 매일 현장에서 바뀌는 다른 배우들과 그 동안의 감정선을 유지하며 연인을 연기해야 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촬영장에 있어봤던 그였지만, 이번 촬영 현장 만큼은 낯설었다고 고백했을 정도. 백 감독은 한효주라면 충분히 그런 고충을 직접 느끼고 감정을 스크린에 수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한효주 씨를 생각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리스트업 했지만 한효주 씨가 출연을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이 배우라면 이수를 표현하는데 적합하겠다 싶었고, 생각대로 참 잘해줬어요."
"이수도 그랬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효주 씨의 그런 고충을 제가 해결해주진 않았어요. 매일 다른 사람과 감성을 주고 받야야 했고, 그것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혼자 외로웠을 것이에요. 주변에 의지할만한 상황들이 봉쇄된거죠. 다른 건 다 도와줬지만 낯설게 느끼는 부분 만큼은 방치했어요. 그래야 바뀐 우진을 볼 때마다 약간 어색해 하고, 눈빛이 흔들거리는 것이 진짜 표현이 될 것 같았어요. 역시나 유효했고요. 효주 씨에게는 잔인하고 미안한 일이었죠."
'뷰티 인사이드'의 가장 큰 강점은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판타지 소재지만, 보통의 연애 감성을 보는 이들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백 감독은 이런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여 촬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과거의 연인, 혹은 그리운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게 만드는 감성적인 추억 여행은 덤이다.
"소재가 판타지다보니 남의 이야기를 훔쳐보듯이 이런 것보다는 어차피 두 사람의 로맨스를 다루기 있기 때문에 쉽게 감정이입 될 수 있었으면 했어요. 표현이나 각종 감정의 입체적인 기반을 두자고 애초에 목표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예전 사람들을 추억 한다거나, 더 나아가서 예전에 어떤 사람을 만났던 간에 내가 미안해 했던 순간에 말하지 못했거나 예전의 그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각자의 드라마 속 주인공은 본인이잖아요."
앞서 언급했던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것에 이어 일본의 톱 여배우 우에노 주리도 '뷰티 인사이드'로 한국 스크린에 진출했다. 우에노 주리를 캐스팅 했던 과정과 이유,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가감없이 전했다.
"이수가 우진의 진실을 알고 다시 찾아갔을 때, 만약 이수의 마음에 불신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우진에게 가지 않았을 거에요. 동그라미에 가까운 세모 같은 마음 상태에서 간거죠. 거기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만남을 순조롭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확신을 갖는 걸 방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어 소통 문제로 장치를 걸었죠. 그리고 또 이수가 보기에 남자가 아닌 여자였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분들을 리스트업하고 섭외 하고 다시 무산되고,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했어요. 그러던 중 우에노 주리를 생각해내고, 추천을 받기도 했어요. 그 분이 촬영 전 시나리오를 보고 현장에서 배역 궁금해 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배우 중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게 됐습니다."
사실 자신이 우진이라고 밝히는 천우희, 이수가 자신 때문에 정신병원 상담까지 받아간 사실을 안 우진을 연기한 고아성은 영화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순서가 교환 됐다. 어떤 의도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백 감독에게 물었다.
"개별적으로 만나고 작업했던 것들도 분석을 했습니다. 고아성 씨가 나오는 포장마차 신에서 그 크고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훨씬 마음이 아플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요. 천우희 씨와 효주 씨는 동갑이고 아성 씨는 훨씬 어려요. 내가 우진이라고 오픈을 하는 연령대의 세팅, 또 우희 씨의 톤을 다 고려했을 때 두 자리가 바뀌는 것이 나을 것 같았던거죠. 박서준과 이진욱 씨도 같은 이유로 순서가 바뀌었어요."
그에게 첫 영화 촬영 현장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물었더니 재미있었다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배우들의 포스터 작업까지 직접한 그에게서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을 한 껏 느낄 수 있었다.
"광고는 이렇게 긴 시간을 조정하지 않거든요. 광고에서 없는 또 다른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15초, 30초, 1분을 제어하다가 127분을 제어하고, 제작 기간도 길고, 시간도 더 들일 수 있고요.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고, 뜻깊은 부분도 있네요. 배우 분들 포함 스태프들에게 참 고마워요. 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투자자나 제작사는 무슨 배짱으로 경험 없는 제게 이 영화를 맡겼을까 싶어요. 하하. 대단한 배짱들이신 것 같아요. 고맙기도 해요. 7월 초에 극장을 다니면서 영화들을 봤는데 엄청난 제작비와 스케일이더라고요. 저희 같은 멜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우려도 되지만, 그걸 떠나서 제게는 참 뜻 깊은 작업이었습니다."
"양 쪽 다 병행하고 싶습니다. 그런 경우가 흔하진 않고 일정 상 쉽진 않겠지만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성격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 효과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뷰티 인사이드'지만 이수와 로맨틱한 장면을 완성하는 배우들은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 등 훈남 배우들이다. 이런 연출은 기획 의도와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백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렇게 연출을 한 의도를 설명했다.
"적재적소에 잘생긴 분들이 등장하죠. 무슨 지적을 해주시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작단계, 글 작업 단계에서 캐스팅이 되면서 중요한 포인트에 어느 정도가 아니라, 너무 잘생긴 사람이 등장하는게 아닌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도 상업적인 영화에 로맨스의 극대화 효과를 내기 위한 수단과 장치로 라인업을 짰습니다. 여자 관객들이 이진욱 씨에 대한 로망이 상당하더라고요. 등장만 해도 술렁술렁 거려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부분을 자극하고 싶기도 했고, 지적에 대해 백퍼센트 동감하면서도 그런 애로 사항도 있었습니다."
'뷰티 인사이드' 속 18년 동안 진짜 우진으로 살았던 그의 모습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선입견이라는 것이 생길 것 같았어요. 오픈하는 순간 그가 우진이라고 생각하고 앞서 나왔던 다른 123명의 우진을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았어요. 누군가는 이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수를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는 한 명 만을 기억할 수도 있겠죠. 그런 상태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이수는 원래의 우진을 몰라요. 관객들도 동일한 상태로 만들고 싶었던 의도입니다."
많은 우진을, 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작업은 쉽지 않았을 터.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백 감독도 그 점을 염두 하며 세심하게 터치했다.
"우진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침착하라'는 말을 동일하게 해줬어요. 상태가 그렇다 보니 우진의 대인관계는 엉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는 상백이 밖에 없고 엄마랑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계가 있죠. 혼자 고립돼 있는 생활을 하게 되잖아요. 연속해서 사람을 만나는게 힘들고 감정을 안다치게 하려고 방어를 합니다. 그것에 대한 결론이 화가 나도, 즐거워도, 슬퍼도, 바깥으로 감정이 표출되지 않겠다였어요.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무리에 있더라도 도드라지지 않게, 모든 감정의 표현이 차분해야 한다. 그렇게 우진들을 끌고 왔습니다."
백 감독은 '뷰티 인사이드'를 기대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말 상식적으로 말 같지도 않은 설정이잖아요. 하지만 자기나, 자신의 그 때나 순간들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하는게 저의 의도였어요. 이 중에 이수가 됐던, 우진이 됐던 관객이 인물들의 감정을 투영해볼 수 있다면 저의 목적은 성공한 것 같네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