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규모에 대비한 사업체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 자영업 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자영업 다수가 마지못해 하는 비자발적인 창업과 준비 안 된 창업이 많다는 점이다.
11일 OECD가 펴낸 ‘한 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5’ 보고서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450억달러, 사업체는 481만7000개로 집계됐다. GDP 단위 10억달러, 사업체수 단위 1000개 기준으로 사업체를 GDP로 나눈 비율은 3.33으로 조사대상 3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과 GDP 수준이 비슷한 캐나다와 터키, 스페인의 경우 사업체수가 각각 74만3000개(0.5), 243만6000개(1.8), 236만3000개(1.54) 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사업체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는 1~9명 등 소규모 사업체 수가 많았고, 이들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도 605만3143명에 달했다. 지난 2013년 상반기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의 수가 562만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소규모 사업체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자영업 수가 많은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비자발적 창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의 사업체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은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고, 이는 좋은 일자리가 없는데다 탈세가 쉽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한국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고, 이 중 상당수가 비자발적인 자영업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창업이 증가하는 동시에 폐업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7만5000명으로 전년동기(408만2000명)대비 10만7000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1995년 상반기 397만1000명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3월 OECD가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4%로 31개 회원국(칠레, 프랑스, 룩셈부르크 제외) 가운데 네 번째로 높았다.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곳은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 등 관광산업 의존도가 큰 국가들이었다. 이탈리아도 26%, 폴란드 21.8%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미국(6.6%), 노르웨이(7%), 캐나다(8.8%), 덴마크(9%) 등은 자영업 비중이 낮았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생산성도 한국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꼴찌 수준이었다. OECD에 따르면 1~9명 사업장의 화학제조업, 전자기기 제조업, 도소매 거래 및 자동차(오토바이포함) 수리업 부문에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모두 최하위였고,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은 헝가리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다만 자동차와 트레일러 제조업 부문에서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생산성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10~19명, 20~49명, 50~249명 규모 사업장의 노동 생산성은 최하위권이었다.
원승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