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ㆍ김성훈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예상대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롯데가의 ‘손가락 경영’, ‘황제식 경영’을 비난하며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으며,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표를 얻기 위한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할 조짐이다. 골든 타임을 맞고 있는 ‘경제 살리기’는 이들의 계산 속에서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이지만, 포퓰리즘에 영합한 재벌개혁 입법안은 위헌 논란 속에 실질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과거 포률리즘으로 비롯된 재별 개혁이 ‘경영권 분쟁→정치권의 공격→과도한 입법안 발의→정치적 목적 달성→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반복되는 악순환…재벌개혁→선거 활용→기업 위축=롯데 후폭풍을 막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적인 법안 발의를 지켜보는 재계와 국민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우선 지난 2000년 초 현대판 ‘왕자의 난’, 삼성그룹의 혈육분쟁,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전, 효성그룹의 경영권 갈등, 그리고 지금 롯데 분쟁까지 잊을만 하면 재현되는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제동을 걸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전례를 비췄을 때 정치권의 재벌개혁 움직임이 또다시 ‘선거용’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기업의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 전체가 타깃이 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일만 터지면 불필요한 규제들이 양산되는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이번 사태도 반(反) 재벌정서를 이용한 선거용 포퓰리즘 경쟁에 이용되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이슈로 정치권에서는 선거만 되면 너도나도 재벌때리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양극화 완화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결국에는 재벌개혁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간과한 채 산발적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이견차를 보이는 ‘순환 출자 해소’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야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순환출자가 재벌문제의 본질은 아니다”며 “공정거래법 규제만으로 롯데 사태에 접근한다면 재벌 개혁의 실패를 되풀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개혁…정치 쟁점화 되며 ‘산으로’=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지켜본 정치권은 재빨리 ‘반(反)재벌 프레임’을 구축했다. 롯데 사태로 표출됐던 재벌가의 구시대적 경영구조, 얽히고설킨 출자구조 등에 대해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야당은 롯데 사태를 맞아 재벌구조 개선을 골자로한 재벌개혁에 당력을 집중,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노동개혁이라는 이슈보다 재벌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번 롯데 사태를 노동개혁에 제동을 거는 재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7일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편법 신규 순환출자를 막는 일명 ‘롯데법’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이언주 의원은 재벌 총수 등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 지분에 대한 공시와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내부규범 마련을 의무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롯데 사태로 비롯된 재벌개혁 프레임을 적절하게 이용할 태세다. 당 대표가 직접 나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통한 재벌 대기업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지적할 정도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새누리당은 롯데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자 정부와 함께 해외 계열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 현황 등을 공정위에 의무하는 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물론 과거 순환출자 부분에 대한 개혁 목소리와 관련해 여당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재벌 대기업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2년에도 그러했지만, 재벌 개혁 이슈는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더욱 확산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할 주체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면,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