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 인기 급상승 -하버드대 졸업 후 수제맥주 업체 창업한 짐 코크, 20년만에 억만장자 등극 -해외명문대 출신 ‘트렌드세터’ CEO 정용진ㆍ박정진, 수제맥주 시장 진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 기자] “창업을 하면 회사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게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회사를 차려야 하는 이유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컨설턴트로 일하던 30대 직장인이 돌연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제조업체를 차렸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1860년대 고조 할아버지가 개발한 수제맥주 제조법을 다락방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20년 후 이 남성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 자산을 소유한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얘기의 주인공은 짐 코크(Jim Kochㆍ66) 보스턴비어컴퍼니(Boston Beer Company) 회장이다.
코크 회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코크는 35세때였던 1984년 돌연 수제맥주 회사를 설립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열정 덕분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5대째 수제맥주 가업을 이어 양조장을 운영해 왔다.
그는 온갖 노력 끝에 1985년 회사의 첫 수제맥주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를 출시했다. 새뮤얼 애덤스는 홉의 쓴맛과 꽃의 향기,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수제맥주로 인기를 끌어,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수제맥주로 자리잡았다. 평소 맥주에 관심이 많았던 코크 회장은 직접 술집을 돌아다니며 영업 현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그는 회사의 경쟁 상품은 무엇이며, 고객이 어떤 맥주를 원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보스턴비어컴퍼니는 설립 30년 만에 회사 규모가 수백배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2013년 매출은 8억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1억달러가 넘었다.
국내에도 최근 곳곳에 수제맥주전문점이 생겨났다.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제 맥주가 젊은층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수제 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제조법을 통해 만든 맥주로, 대량 생산된 대기업 제품보다 특색이 있어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수제 맥주는 물과 맥아, 홉, 효모 등 재료의 혼합 비율과 발효법에 따라 각기 독특한 풍미를 지닌다.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며 일찍 수제맥주를 접한 국내 부호들이 이런 추세에 발맞춰 잇달아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서 소규모 수제맥주의 점유율은 1% 정도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맥주 애호가로 알려진 정용진(47)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직접 공들여, 지난해 말 서울 반포동에 수제맥주집 ‘데블스도어’(Devil’s Door)를 열었다. 정 부회장은 매장을 열기 전 이태원, 강남 등의 유명 수제맥주전문점을 직접 방문해 현장 감각을 익혔다. 데블스도어(악마의 문)란 이름은 악마처럼 치명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름처럼 악마의 유혹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매장에서 바로 빚은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장 한쪽에 커다란 맥주 양조시설을 두고 만든 맥주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식음사업에 관심이 많다. 미국 유학시절 즐기던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오기도 했다.
특히 최고급 요리부터 패스트푸드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 라면, 인스턴트식품 등의 신제품을 시식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맛을 평가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1968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사이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에 입사했다.
소시지 ‘천하장사’로 유명한 식품업체 진주햄의 박정진(40) 사장도 최근 수제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진주햄은 올해 초 양조장 ‘카브루’(KA-BREW)를 인수하며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창업한 카브루는 대표적인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제조업체이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모여 있는 수제맥주 전문점을 비롯해 전국 주요 레스토랑, 골프장, 호텔 등에 수제맥주를 공급하고 있다. 카브루의 맥주는 시중의 일반 맥주와 다른 진한 맛과 다양한 풍미가 특징이다.
이번 인수는 한국 최초의 육가공업체로서 입지를 다져온 진주햄의 기존 사업분야와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제맥주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됐다. 박 사장은 아버지 박재복 회장이 2010년 작고한 후 2013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6년부터 경영에 참여해 온 동생 박경진(35) 부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수료한 박 사장은 삼성증권 인수ㆍ합병(M&A)팀을 거쳐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에서 기업 M&A·주식·채권 담당 상무로 일했다. 1963년 출범한 진주햄은 박 사장이 합류한 이후 2013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