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할머니의 올해 광복절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존엄을 상처받은 여성’이란 말로 에둘러 피해 갔다. 할머니가 기다리던 ‘사죄’와는 거리가 멀다.
김복동 할머니는 15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페이스북으로 공개한 영상에서 “오늘 8·15를 참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아직 일본 정부는 우리(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한 마디도 말이 없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담화에서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저지른 일에 대해 ‘과거형’으로 사죄를 언급했고, 전후세대에까지 계속 사죄할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도 않았다.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왕이 과거 2차대전 일으킨 것을 미안하다고 했지 어린 소녀들을 끌고 가서 희생시켜 미안하다는 말은 아직 입밖에 내지 않았는데 사죄했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다”며 “뭘 사죄했는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복동 할머니는 “아베 정부가 나서서 이번에는 틀림없이 할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할 것이라는 생각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복동 할머니는 14세이던 1941년 군복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 광둥과 홍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다니며 고초를 겪었다. 위안부로 착취당했을 뿐 아니라 강제 헌혈까지 해야 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1993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처음 피해 증언을 했다.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를 돌며 피해 사실을 알려 왔다. 지난 6월엔 미국에 가서 “설령 과거에 일본 천황이 했던 일이라도 현재 아베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 마땅히 자기 조상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 하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소원은 살아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이날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좋은 소식을 듣고 죽어야 할 텐데 아직 산 넘어 산”이라고 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는 현재 47명이 생존해 있다. 피해자로 등록된 238명 가운데 191명이 세상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