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사철만 되면 승진한 사람은 승진했다고 기뻐서 한 잔,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고 한 잔 하다보니 회사는 뒤숭숭한데 인근 술집만 살판이 났다”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 은행장의 술회다. 한 달여에 걸쳐 나눠 인사발령을 내던 은행권이 인사에서도 속도전에 들어갔다. 부행장 등 임원에서부터 팀장, 일반 직원까지 한 번에 인사를 내는 ‘원샷인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분할인사 관행은 업무공백은 물론 줄서기, 인사청탁, 조직불안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며 “저금리 등 경영환경과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원샷인사가 금융권의 신(新) 인사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인사철만 되면 정작 은행엔 사람이 없고, 술집에만 사람이 붐비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인사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영업력 손실을 막기 위해 아직 원샷인사를 도입하지 않은 은행들도 최근 들어 원샷인사 등 인사시스템 개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 시즌마다 되풀이되는 영업력 손실은 물론 저금리로 인하 수익성 저하, 계좌이동제 등 경쟁 심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자구책으로 원샷인사가 새로운 관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인사에서 ‘원샷 인사’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67명의 임원 전보 및 지점장 승진을 포함해 1500명 규모의 인사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 부행장ㆍ본부장급 인사를 하고 보름 가량 뒤 지점장 및 직원 인사를 내던 관행을 끊자고 제의한 것은 이 행장이다. “농구의 1~2쿼터에 해당하는 상반기 중 연간 목표의 70%를 달성하고 3쿼터인 3분기에 100%를 채워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이 행장은 분할인사로 인한 인사불안을 하반기 실적 굳히기의 큰 장애물로 인식했다는게 우리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14일 4명의 신임 부행장 발탁을 포함해 1800여명 규모의 올 하반기 인사를 ‘원샷’으로 해결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봄 원샷인사와 인기 부서에 대한 내부 공모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조직문화 쇄신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부행장, 임원, 지점장 순으로 발령이 이뤄질 경우 인사 청탁이나 줄서기 행태가 반복될 것을 우려한 고육책의 성격이 강했다.
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은행장은 취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원샷인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중요한 것은 영업력 유지 여부”라면서 탄력적 운용을 강조했다. 올 하반기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70여명의 지점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달 말 135명의 지점장 인사를 먼저 단행하고 일반 직원 인사는 지난 14일에 시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의 신(新) 인사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원샷인사’를 통해 시즌마다 되풀이 되는 조직 내 불안을 막고 영업력을 지키자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던진 것은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이었다.
2006년 인사 담당 부행장 시절 그는 2000여명의 임직원 인사 이동을 단 하루에 끝내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전 직원의 인사 기록 데이터를 총망라하고 승진과 순환 배치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했다. 같은 지점의 지점장과 부지점장의 학교나 출신지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등 인사 이동의 부작용 방지에도 역점을 뒀다. 이후 2012년 초 1900명의 인사를 하루에 단행하면서 ‘원샷인사’는 기업은행의 고유 문화로 자리잡았다.
조 전 행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인사철이면 대상이 되는 당사자든 아니든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다보니 업무 공백과 영업 손실이 컸다”고 원샷 인사를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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